세 모녀 죽음은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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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죽음은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
세 모녀 죽음은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
기사입력 2014-03-03 오후 7:53:00 | 최종수정 2014-03-03 19:53



지난 2월 26일 서울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60대 초반 여성 박모씨와 그의 30대 두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세 모녀는 하얀 편지봉투 겉면에 유서를 남겼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고 그 속에 지폐 70만원을 넣었다. 세상을 떠나면서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착한 심성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게 한다.
  세 모녀가 살아온 삶의 면면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주변 정황을 살피는 것으로 그 심경을 헤아릴 뿐이다. 어머니 박모씨는 12년 전 남편이 방광암으로 숨진 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8만원의 반지하방에 살았다. 두 딸들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암 투병을 위한 병원비와 생활고 등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큰딸은 고혈압과 당뇨라는 지병을 앓고 있었고, 작은 딸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그마저 그만뒀다고 한다. 이에 박씨가 홀로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으나 한 달 전쯤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그마저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들 세 모녀에게 절망을 안긴 것이다. 집주인은 “정말 착한 양반들이었는데……” 하며 안타까워했다. 들을수록 가슴 아픈 사연이다.
  세계 경제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한 가정이 단지 돈이 없어 삶을 포기하는 세상이라면 이보다 더 슬픈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이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여러 제도가 있긴 하다. 기초수급 대상자, 소년소녀 가장, 조손가정 등을 대상으로 정부가 기초적인 지원은 하고 있다. 그러나 세 모녀는 죽음에 내몰릴 때까지 한 번도 사회안전망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본다는 한국사회가 언제까지 이리도 허술하게 사회적 약자를 방치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이 기회에 정부의 복지정책 전반과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일선기관인 읍ㆍ면ㆍ동의 복지담당공무원만으로는 업무의 한계가 있어 이ㆍ통장의 협조를 얻어 복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ㆍ통장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에 책임에 한계가 있고, 또한 친소관계 등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뉴스로 보도가 되어 그렇지, 이런 유사한 상황에 처한 딱한 서민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돈이 없어 대학등록금은 물론, 집세와 공과금을 못내는 서민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한창 자라나야 할 시기에 허기진 배를 움켜쥐어야 하는 청소년들, 신체적 장애와 가난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견뎌내야 하는 장애인들, 이들이 삶에 좌절하지 않고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지닐 수 있도록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현대는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다. 일신의 안위와 행복만을 추구하며 다른 이들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개인주의적 풍토가 강하다. 어떤 이들은 자손만대까지 부를 누리고, 어떤 이들은 가난이 대물림되어 신고한 삶을 살고 있다. 부가 편중되고 가난이 대물림되면 사회 갈등이 심화된다. 그러므로 아픈 데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 집이 없는 사람들, 못 먹고 굶는 사람들,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병원에 갈 수 있게 하고, 집을 마련해주고, 먹여주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복지이다. 따라서 경제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빈곤을 극복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있다. 그 최종적 책임은 국가에 있는 것이다.
  세 모녀의 죽음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새삼 가르쳐준다. 사회안전망이 없는 국가에서 무슨 행복이 있고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누구든 태어났으면 죽게 마련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말이다. 죽는 그 날까지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누구나 꿈꿀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살 예방차원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결과를 위해 삶의 과정을 희생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차원의 종합ㆍ체계적 대책이 절실하다.


 신 영 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

기사제공 : 전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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