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壽)가 알아보게 늘었다. 옛날에는 인생 70 고래희(古來稀)라고 해서 장수의 한계를 70으로

잡았던 모양이다. 지금은 이른바 고희를 90정도로 처도 무방할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갑잔치는 노인들의 수연(壽宴)이 었으나 지금 와서는 젊은이들의 놀이 한마

당 쯤으로 여겨지는 풍경이다. 따라서 옛날에는 거의 글자 작난에 지나지 않았던 각종 수연 들이

눈 앞에서 벌어 지곤 했다.
 앞서 말한 고희 70은 희수(稀壽)라 부르고 77세가 되면 희수(喜壽). 88세를 미수(米壽)로 치는데

한자로 그 모양이 각각 七七이나 八八을 겹쳐 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호칭을 한다고 한다,
 81세에서 90까지의 노인을 가리키는 한자도 모(耄)자가 있는데 보통 아흔 살 노인 모로 읽는다.

90잔치를 졸수연(卒壽宴)이라고 해야하나 졸을 정자로 쓰면 졸(卒)이어서 수를 마친다는 졸 한다는

의미가 강해서 아흔 살 수연은 모수연(耄壽宴)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고 보나!
 91세는 망백(望百)이고 수가 아흔 아홉에 이르면 힌백자를 써서 백수(白壽)라 하는데 이것은 백(

百)자에서 위의 일(一)자를 벗겨내면 백수(白壽)가 되는 까닭이다.
 옛날이라고 모두가 일찍 타계 하는것은 물론 아니다. 삼천갑자 동방삭이는 그렇다 치고라도 8백년

을 살았다는 팽조며 1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강태공이 그것을 증명 한다,
 절대의 권력을 잡고 천하를 호령 했던 제왕들도 불사약을 구하지 못하고 북망산의 한점 부토로 돌

아 갔고 풀뿌리. 송화가루를 먹으며 산수간에 살았던 야인도 백수를 훨씬 넘겼으니 장수란 억만금

이나 권력으로도 단 일분 일초도 더 연장 할 수 없는 것이 인명은 재천의 진리인 가브다.
 물론 아무렇게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며 오래 사는 사람은 모두들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 전설속의 인물 팽조는 8백년을 살았다지만 풍불출(風不出)이요. 우불출(雨不出)이라. 바람이 좀

세게 불어도 나가지 않고 비가 쏟아져도 밖에 나가지 않앗다고 하며 깊은 우물을 들여다 볼 때는

손자들에게 자기 허리를 묶은 녹끈을 잡고 잇도록 햇다니. 그 조심이 어떠햇던가를 짐작할 수 가

있다.
 요즘 각종 장수 비결이 쏟아져 나오고 신약 비방이 어지러이 우리를 유혹 하지만 결국 천명을 어

쩔 수 없는 것이니 속언처럼 익은 감도 떨어지고 땡감도 떨어지는 법이다. 우리는 인생의 고독을

좀더 성실하고 지혜롭게 생각해 보는 자세를 지녀야 할것 같다.
 요즘 젊은이 들의 값싼 감상적 고독이나 노인들의 사고무친(四顧無親)한 고독감 보다는 좀더 인생

을 깊게 관조해 보는 고독이 되어야 하겠다. 인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는 고독이 진정한 의미

의 고독이라고 느껴진다.
 고독을 심화 시켜 고고의 경지에 까지 이른 “니이체”같은 철학자는 못 될지라도 이들의 태도를

우리는 좀 배워야 할것 같다. 잊혀지고 덮어진 치부는 일체의 망각이지 삼인행에 필유아사언(必有

我師焉)의 스승은 될 수 없다.
 미라보 다리아애 새느강은 흐르고. 그리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르네. 밤도 오고 종도 울려라. 세월

은 흘러가나. 나는 여기 머물겠네. G.아폴리내르의 시(詩)이다.
 세월이 흐르고 사랑은 가도 나는 여기 머물겠네의 이 깊은 의지야 말로 가장 솔직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역사 의식이 아닌가 싶다. 미라보 다리가 존재 함으로 만이 그 시인은 과거도 미래도 늘

현재와 같이 살아 숨쉬는 듯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성배/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