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내 나라의 말을 배우자

우리에게는 일상이 그녀들에는 특별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것들이 그녀들에게는 배워야하는 것들이고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하는 말들도 그녀들에게는 한 마디씩 익혀야 한다. 우리가 숨 쉬는 이 공기마저도 그래야 할 지 모른다. 그녀들이 20여년이 넘게 살았던 나라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녀들이 살았던 세상은 모든 것이 그녀들 중심으로 행해졌지만, 남편을 따라 찾아온 이 나라는 모든 것이 남성위주의 세상이니 낯설다. 처음에야 신혼재미에 마냥 좋았지만, 본격적인 생활인이 되면서부터 그녀들에게는 주체할 수 없는 본성이 발동한다. 그렇게 그들 부부들은 대척점에서 힘들어진다. 그러나 남편이 있고 자식이 있는 이 나라가 마냥 좋다. 친정나라의 늙으신 부모님도 보고 싶지만 그래도 자식이 있는 이 나라를 더 사랑한다.
그녀들은 뷔페식당에서 하나같이 조기를 한 마리씩 가져다 먹는다. 샐러드, 스파게티, 돈가스에 콜라나 먹을 줄 알았는데, 김치에 밥을 더 좋아한다. 그녀들은 어느 한국 여자들처럼 식사를 하며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마트의 물건 값을 말하기를 좋아한다. 어느 주부처럼 아이들 얘기를 하고 살림이야기를 한다.
“페이스북에서 동해안 여행이라고 사진이 올라왔던데, 왜 그곳이 동해안이야?” 어렵게 말을 꺼냈다. “동해안이잖아요.”
얼마 전에 동해안이라고 올라온 사진이 있어, 7번 국도를 생각하고 열어봤더니 거제도의 안내지도가 있었다. 이 나라에 시집온 지 20여년이 되어 가는데 뭔가 잘못 되었다 생각돼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지 않게 ‘거기 남해안에 외도를 추천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만나서 물어본 것이다. 물론 그 분야로 공부한 사람에게 자문도 구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고정된 지리감각이 평생을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녀들의 나라에서 한국은 동쪽인 것이다.
우리는 매체들을 통해서 다문화란 말을 많이 듣는다. 굳이 외국여성들의 문화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들에게도 각자의 차이들이 형성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여전히, 전체 국민에 비하면 이주여성들의 숫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실정인데도 그것을 일률적으로 다문화라고까지 부르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되려면 적어도 한 집단의 뿌리 깊은 사조(思潮)가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강대국에 이 나라의 여성들이 결혼하여 이혼하고 학대받는 것은 과소평가하고, 코시안(Kosian)이란 비속어를 만들어 우리와 비슷한 처지일지도 모르는 동남아의 여성들을 괄시하는 경향이 있다. 매스컴마다 그녀들을 위한 온갖 행사를 개최하고 뭔가 큰 이웃돕기를 한 듯 대서특필한다.
행사로서 문화를 배운다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녀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통해서이다. 그녀들이 서툴게 하는 “고맙슴다, 감사합닝다”가 우리에게 얼마나 친근감을 주는가.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 교수는 ‘우리의 의사소통 중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7%이고 나머지 93%는 비언어적인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그녀들은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적인 표현을 해줄 때 그녀들은 더욱 감동할 것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도 되지만 한 나라의 역사이며 문화의 궤적이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모국어도, 공용어도 팽개치고, 남편 나라의 말(부국어, 夫國語)을 한 마디라도 배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한국의 남편들은 그녀들의 말을 배우려고 애쓴 적이 있던가. 살라맛. 까망.

유봉관(시인,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