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의 본업은 여행작가다.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러시아 방문이다.

하바롭스크에서 며칠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열차(1박)로 블라디보스토크 이동하여 후배도 만나고 몇달간 뜸했던 여행스케치도 하면서 며칠 머물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일정으로 하바롭스크행 러시아 국적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를 실은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이륙하더니 이내 북한 영공을 관통해서 날아간다. 대한민국 국적기는 북한 영공을 우회해서 가지만 러시아 국적기는 북한 영공을 관통한다는 사실에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요즘 회자되는 약산 김원봉 선생의 논란까지 겹치니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해방후 약산 김원봉 선생이 친일반민족자들의 득세로 남한에 정착하지 못하고 북으로 가야만 했던 역사가 야속하다. 하기야 여운형 김구 마저도 암살된 남한에서 그가 살아남았지도 의문이다.

그는 북에서 외세에서 벗어나 평화 통일을 이루자는 중립화 평화통일을 주장했다. 그는 625의 원흉이 아니라 전쟁을 반대한 주역이다. 결국 그로인해 북에서조차 김일성파에의해 숙청당했으니 그의 삶은 참으로 기구하다. 그가 마지막 눈을 감으며 떠올렸을 삶의 회한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는 북에 있으면서도 외세에 간섭없는 중립화 통일방안을 주장했다. 결국 김일성에 의해 숙청되어 언제 어떻게 죽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북에서도 제대로 평가되거나 복권되지 못했다.

조소앙 선생은 김원봉선생과 북한내에서 비슷한 활동과 비슷한 최후를 맞았다. 차이가 있다면 조소앙 선생은 625당시 납북되었고 김원봉 선생은 반민족극우세력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껴 원치 않는 월북행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대우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조소앙 선생은 북한 애국열사릉에 묻혀있을 뿐 아니라 남에서는 건국공로훈장을 받았고 북에서는 조국통일상을 받았다. 남북 모두에서 독립운동을 인정받았다.

조소앙 선생의 사례로 볼 때 김원봉 선생을 대한민국에서 복권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를 복권시키는 것은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정통성을 가졌음을 더욱 완벽하게 해줄 것이다. 이념으로 상처입은 독립운동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면에서 남북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약산 김원봉 선생의 삶을 지금이라도 재조명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가 그토록 꼭 살고싶었던 해방된 조국을 선물받은 후손들이 갚아야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그리고 약산 김원봉선생 논란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로당 경력이 불거졌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로당원이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삼을 생각이 없다. 애국에는 좌익도 우익도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처럼 말이다.

곽보경 / 여행작가 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