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ㆍ29 재보궐 선거는 새정치연합에겐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였다. 갑자기 터진 성완종 사태는 야권에 안겨진 대형 호재였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선물을 받아든 새정치연합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무더기로 연루됐다는 내용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한 실망스런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이런 호재를 손에 쥐고 치르는 선거도 흔치 않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졌다. 스코어는 4:0, 치욕적이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광주서구을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7ㆍ30 순천ㆍ곡성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데 이어 또 하나의 이변이 아닐 수 없다. 과거 호남에선 막대기만 꽂아도 민주당(새정치연합) 후보가 당선되는 곳에서 새누리당과 무소속 후보가 잇따라 입성한 것은 호남의 정치 지형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 주목되는 건 경기 성남 중원과 서울 관악을에서의 완패다. 성남 중원은 2012년 야권 연대 몫으로 통합진보당의 깃발이 꽂혔던 곳이다. 관악을은 27년간 여당이 당선된 적이 없는 야당의 철옹성이었지만 이번에 새누리당에 넘어갔다. 불리한 선거 구도를 극복하기는커녕 이번처럼 잘 차려진 밥상을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이 등신같은 야당을 어찌할까.  

 이번 선거에서 전해 준 메시지는 너무나 간결하다. 국민은 여야가 정쟁을 접고 경제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개혁이 시급한 공무원 연금과 경제관련 입법안 등 산적한 국정과제를 국회가 기피하지 말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정치연합은 기죽을 필요는 없다. 당당히 나가야 한다. 선거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또 사안에 따라 강력한 대여투쟁도 필요하다. 그게 야당의 본분이다. 다만 이번 재보선에서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국민이 바라는 대로 좌표를 설정하고 정치에 임하면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취임 이후 ‘우(右) 클릭’ 행보를 이어왔다. 좌파적 이미지를 벗고 중도 우파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이었다. 튼튼한 국가안보, 사람중심의 경제, 서민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유권자들은 한 번 인식한 정치인의 색깔은 좀체 바뀌지 않는다. 유권자에게 문 대표의 이념색깔은 여전히 진보좌파, 심지어 종북좌파라는 딱지까지 붙는다.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새누리당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새누리당의 압승은 새정치연합의 잘못한 부분의 반사이익이 크다. 이를테면 어부지리다. 일부에서는 새정치연합의 중진인 천정배ㆍ정동영 후보를 끌어안지 못함으로써 야권이 분열되어 표가 분산된 것이라고 하는데 실은 그렇지도 않다. 서울 관악을만 빼고 인천 서구ㆍ강화을과, 성남 중원구, 광주 서구을에서 각각 낙선한 후보들의 표를 다 합쳐도 새누리당과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들의 표를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야권 분열이란 요인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야당, 야당의 무능이 패배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게 다수의 평가다. 

 또한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선거 기획이나 전술전략의 부재에 따른 것이다. 선거 때마다 들고 나오는 정권심판론은 지겹고, 국가적 이슈를 정쟁의 도구로만 삼으려는 태도로 보일 수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뭘 하겠다는 야당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야당은 아직도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때 치렀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여야는 4ㆍ29 민심을 깊이 새겨 민생에 진력해야 한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보선을 교훈삼아 당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파간 갈등을 빚거나 권력 투쟁에 빠지게 되면 국민이 외면할 것이다. 

신 영 규/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