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두 마리다. 덩치 큰 녀석이 먼저 눈에 들어 왔다. 눈 한 번 감았다. 작은 구멍을 통해 은근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이 둘의 관계가 궁금하다. 나름, 잔머리를 옹색하게 굴려 본다. 친구, 가족, 썸, 연인, 부부일까, 아니면, 혹여, 불륜? 생각+생각 더하기에 빠져들어 간다. 

카메라에 포착된 순간도 잠시다. 다정하게 황토색 낮은 지붕을 걷는다, 서로를 지긋이 바라본다. 한 폭의 그림이다. 황토(黃土) + 백(白) + 흑(黑)의 어우러짐이 멋지다.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정리한 핵심 문장이다. /핑크빛 수다로 하루를 여는 검은 고양이/로 마침표를 찍는다.

녀석들이 걸어가는 그 길을 따라가 보자.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 보자. 담장 너머로 미소 짓는 장미, 파란 하늘, 맑은 공기와 부드러운 햇살에 눈이 부시다.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나에게 투자하자. 이들이 던지는 핑크빛 수다와 함께 달콤한 눈빛에 머물러 보자. 

박여범 /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