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 다니던 그 자리에 턱 하니 

자리 잡고 얼굴 내 미인 민들레 식구

올망졸망 아스팔트 사이 좁디좁은

그곳에 망설임 없이 피어난 잔망스러운 희망

여우비를 기다리는 땡볕의 목마름으로 

처연하게 바라보는 텃새의 재잘거림

태양이 멀어져 가도 아무런 말 없이 

오늘도 무사히 내일을 준비하는 나그네

단칸방 아랫목 태양 없는 그 자리에도 

불쑥 고개 내밀 내 미인 민들레 식구

‖시詩를 담다‖

주어진 여건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어느 사람에게는 절대적이고 안정적인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자리가 될 수도 있다.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다. 잘 적응할 것 같은 아이가 힘들어하고, 걱정했던 녀석은 잘 적응하는 아이러니를 두루 포용하는 곳이 이 공간이다.

나름 눈여겨보고 기대치를 한껏 높였던 아이, 그 아이가 민들레가 운동장에 한창이던 어느 날, 조용히 쪽지를 내밀었다. 녀석의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수줍어하며 엷은 미소만 남기고 그렇게 가 버렸다. 지금은 어느 동네에서 잘 자라고 있겠지? 나름 간절한 소망을 품고 살았다.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하교지도를 하던 그곳에서 올망졸망 피어 있는 민들레 가족을 많았다. 마치 여우비를 기다리는 목마름으로 멍하니 바라만 보던 민들레 가족이 녀석을 많이 닮아 있었다. 내일을 준비하는 길고 긴 생명력의 민들레 가족과 녀석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건강하고 튼실하게 성장하길 응원하는 마음이다.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