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동물이나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눈이 있다. 그 다양한 눈의 형태는 마주하는 상대방을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잣대가 되곤 한다. 같은 사물을 눈에 담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의 자세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보이는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혹자는 ‘눈’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마음의 눈’이라 했다. 

주말 오전, 반복되는 장소를 거닐던 나는 뭔가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어 디카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한동안 잊어버렸다. 통화를 마치고, 우연히 만난 그날의 사진 서너 장에서 나는 새로운 ‘마음의 문’이 되었다. 지극히 뇌가 회로를 통해 전달하는 그런 눈이 아니다. 마음의 문은 컴컴한 공간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리곤 방향을 찾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때, 어디선가 깨친 마음의 창으로 밝은 빛이 눈을 가로막았다. 

늘 말로만 들어왔던 나의 작은 마음에도 ‘눈’이 있다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차근차근 내 생각을 달리하는 다양한 마음을 들여다본다. 쑥스러운 듯, 부끄러운 듯, 마음의 눈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놀라운 사실이다. 내 마음에 이렇게 많은 눈이 있다는 것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지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이 신기하고, 보아야 할 곳이 많음에 감사한다.

마음에도 눈이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감성의 눈이 있다

지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아야 할 곳이 많다

이제 시작이다

시야를 프라이팬에 찌끄리고 자세히 보자

가지런히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눈으로

나무와 작은 풀 가족에게 

달려가는 시원한 바람과 악수를 하자 

여기저기 보는 눈이 있다고

마음의 눈까지 피하려고는 하지 말자

이게 아니지, 싶으면 마음에 눈에

살그머니 관심 없는 듯 

툭허니, 한 박자 쉬었다가 말을 건네보자

-너가 참 부럽다

-너는 참 좋겠다             ?박여범 ‘눈’ 전문-

우리의 눈을 둘 곳을 찾아보자. 가능하면 평상시 자주 만나던 것이면 더욱 좋다. 그때, 들어온 것이 찌그러진 프라이팬이다. 프라이팬을 바라보는 위치가 중요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각인가, 아니면 눈과 평행한 위치에서 바라보는가, 아랫부분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각인가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럴 때면, 가지런히 마음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마음의 눈으로 나무와 작은 풀 가족에게 달려가는 시원한 바람에 악수를 청해보자. 그리고 속삭여보자. 여기저기 보는 눈이 있다고 마음의 눈까지 살지는 말자. 이게 아니지, 싶으면 마음에 눈에, 살그머니, 똑, 똑, 똑, 신호를 보내자. “네가 참 부럽다.”, “너는 참 좋겠다”라고...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