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삶의 출발점이다. 그 강줄기를 따라 농부의 피와 땀이 모여 거대한 물줄기를 만들어낸다. 강물이 흐르고 흐르다 보면, 피어있는 들꽃 사이로 민초들의 힘에 겨운 삶이 역사와 함께한다. 그 역사는 끈질기게 이어진 우리의 역사이다. 전북의 아름다운 산과 강을 솔직하고 서정적으로 풀어낸 이용옥 시인의 '섬진강의 노래'(가온미디어, 2020.는 그 역사와 익숙한 친구의 삶의 향기를 만날 수 있다.

시인은 ‘섬진강’을 배경으로 삶의 일부분을 그려내며 행복을 떠나는 ‘그리운 고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인은 이 여행에서 전북 순창군 동계면 출신으로 공직생활 중 1,000여 편의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 ‘섬진강’이었음을 강조한다. 2011년 한국문학정신으로 문단에 등단한 이후 전북문인협회, 월천문학, 가람문학, 들뫼문학으로 활발하고 부지런하게 창작활동 중이다.

‘섬진강’[蟾津江]은, 시인이 태어나고 성장한 전라북도 임실군에서 시작하여 전라남도를 거쳐 경상남도 하동을 지나 남해로 흘러 들어가는 강이다. ‘섬진강’이라는 이름과 관련한 전설이 있다. 고려 1385년(우왕 11)경 ‘섬진강’ 하구에 왜구가 침입했다. 그러자 ‘섬진강’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갔다는 내용이다. 이 전설에 등장하는 '두꺼비 섬(蟾)' 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했다고 한다.

//은은한 태양이 속삭이는/바람결에 느린 호흡으로/다가온 엷은 미소를 입고/웃고 있다//, //비바람의 유혹이/안개 속에/꽃피는 날//, //저녁노을에 반사된/은물결 출렁이는/섬진강은 그리움을/물들인 고향 같다//, //바람과 함께 걷는 하루는/추억을 물들이고/인생을 가불한 청춘처럼/태양의 왕관을 걸친/빛나는 시간이었다//    -이용옥, 「섬진강변에서」 전문-

시인은 ‘바람과 함께 걷는 하루는 추억을 물들이는 빛나는 시간’을 통해 엷은 미소와 느린 호흡을 토해내고 있다. 그 바람을 따라 구불구불 펼쳐진 길을 가득 채운 들꽃 너머에 수줍은 아가씨처럼 반가운 ‘섬진강’이 있다. 시인은 2019년 3월 첫 번째 시집인 ‘신들의 계보에 초대된 나날’을 출간했다. 6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105편의 주옥같은 시들이 담겨있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