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나는 글쓰기 여행을 날마다 하면서 아픔을 덜어낸다. 내 안에 자라는 상처를 떠나보낸다. 일이 잘되어가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손을 내밀려고 애쓰며 내 利己를 쓰다듬는다. 외로움에 친해지려고 외로움의 중심으로 들어가 쪼그려 앉는다. 아직 남은 생애를 완성하지 못한 문장처럼 여기고 계속 퇴고하려고 한다. 글쓰기는 치유를 넘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린 날 건져준 줄이다.……’(최재선 위의 책, 107쪽.) 

작가는 탄식을 글쓰기로 덜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내 안에 자라는 상처를 떠나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가능하면 일이 잘되어가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하나라도 더 배우고 활용하려 한다. 비록 문장을 완성하지 못해 퇴고에 퇴고를 반복되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말이다.

이처럼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나를 건져준 줄이 바로 치유의 글쓰기다. 이런 글쓰기는 서로 지겨워할 겨를도 없이 스치듯 지나가 버린다. 봄날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자연의 이치와는 반대가 된다. 가을이 되면 서로에게 기울어 빠져든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게 꽃이 된다.

‘……서로에게 물든 수업은 지겨워할 겨를 없이 스치듯 지나간다. 꽃은 봄날에만 피지 않는다. 서로에게 기울어 빠져들면 꽃이 된다.……’(최재선, 위의 책, 119쪽.)  

서로에게 물든 수업, 그 수업은 어떤 형태이고 어떤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일까? 그런 수업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 수강 신청을 클릭할 것이다. 이상적인 수업을 찾기는 정말 쉽지 않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서 서로에게 기대어서 ‘흔들림’을 이겨내고 ‘봄날’에만 꽃이 피지 않는 이유가 있음을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아찔하게 한 방에 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다고 그 한 방이 무서워 뒤처지거나 그 길을 돌아가서는 안 된다. 절망이 아니라면 한 번쯤 과감하고 무모하게 도전하는 청년 정신이 필요한 시대다. 나이 50대, 60대도 청년인 시대다. 그들의 열정은 이미 20대, 30대를 아우르는 커다란 우주선이 되고 있다. 이런 삶을 유지하려면 게을러서는 곤란하다. 부지런한 자만이 글쓰기의 매력도 ‘흔들림’ 속에서 약속을 지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사랑은 아플지라도 해야 한다. 아찔하게 허방에 또 빠질지라도……”(최재선, 위의 책, 231쪽.)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다시 사랑을 시작하면서 타박타박 걸어가야 한다.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계획이 있었다면 그 계획에 따라,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 상황에 맞추어 움직이면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약한 영혼의 인간이기에 흔들림을 피할 수는 없다. 

비가 내린다.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다. 마구잡이로 내리는 비에 바람이 가세한다. 쉽지 않은 빗길이다. 그 길을 가야만 나를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직장이 있다. 비가 온다고 눈이 온다고, 기분이 나쁘고, 기분이 좋다고, 가지 않을 수 없는 고속도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길은 미래를 준비한다. 그 길에 조금의 망설임과 방해가 있다고 주저할 필요는 없다. ‘흔들림’을 피하지 말고 기대어 함께 걸어가는 ‘너와 나’를 이 책(최재선, '흔들림에 기대어', 수필과 비평사, 2019.)을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