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두 다리를 버티고 서서 각이란 각은 다 잡고    

삼학년을 시작으로 90여 일 늦게 등교 학습이 시작되었다

발열 검사 시간에 검사는 일도 없다는 듯이 

거리 두기도 남의 일, 일편단심 신입생과 눈 맞추기에 정신이 없다

이성에 대한 본능인가? 

발열 검사가 싫은 건가? 

그런데 왜? 녀석들은 말이 없고 맹숭맹숭 눈에 담기 급급하다

선배의 노하우로 속을 드러내 보이지도 않고 

매의 눈으로 바라보며 다양한 영상이 뇌로 송출되는 대단한 녀석들이다 

누가 바라보기라도 하면 허공을 향해 마치 남의 일인 듯 

각이란 각은 칼날보다 더 퍼렇게 갈아 시리고 시리다 못해 시퍼렇다

 -박여범, (각이란 각은 칼날보다 시퍼렇다) 전문-

코로나 19가 가져다준 변화의 모습은 다양하다. 참으로 긴 시간,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최대의 효과를 얻은 것이 녀석들이다. 90여 일 녀석들은 잘도 견뎌 주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득에서 약간만 빗겨나가도 화를 내거나 긴 한숨을 내쉬곤 한다.

원격수업이다 보니, 녀석들이 누려온 가장 큰 행복은 아마도 컴퓨터일 것이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그리하였겠지만, 더욱 그 힘을 받아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다. 메인화면에는 e-학습터나 교육 방송을 화려하게 진열해두고, 새로운 창 게임방에서 열심히 손가락 운동을 하며 온갖 즐거움의 비명을 내질렀을 것이다.

통학버스 탑승부터 발열 검사, 학교에 도착해서 교실에 들어가기 전 다시 시작되는 검사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신입생과 아이콘택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성에 관한 관심이다. 그럼에도 너무 지나쳐 본능에 가까운 꼴사나운 행동을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열이 올라 발열 검사가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매의 눈으로 낯선 전입생이나 신입생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두 눈 부릅뜨고 수컷의 본능으로 미래의 동반자를 찾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지만 그래서 더 대단하다. 참, 대단한 녀석들이다. 속을 드러내 보이지도 않고 마치 남의 일인 듯 태연하니 말이다. 

각이란 각은 칼날보다 더 퍼렇게 갈아 시리고 시리다 못해 시퍼렇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나는 이 녀석들처럼, 강하고 야무지게 성장한 신입생들을 만날 수 있을까?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