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위의 시처럼, 현대인의 소통 창구인 sns의 사용에서 ‘메시지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덮기에 급급한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 가져올 수 있는 미사어구는 다 동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이 짧은 한마디로 모든 것을 회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자기 합리화에 급급한 것이 우리의 민낯이다. 이미 엎어진 물은 주워 담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인연을 끊을 생각이 아니라면, 무슨 방법이든 강구해야 한다. 그 해결의 꼭짓점을 찾아가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때로는 모르는 척도 해 주고, 은근슬쩍 자리를 비워 주는 방법도 좋다. 때로는, ‘세월아 네월아 춘향아 월매야 너도 가고 나도 가는 세월에 어쩔 라냐’ 처럼 다 털어버려야 한다. 

메시지는 눈에 넣어 기억의 통장에 ‘다다닥 찌지직 밑줄 긋기 눈물 콧물 거래내역 줄줄이 아롱아롱 새‘기고, ’스멀스멀 차오르며 꼬물꼬물 자라나는 마이너스 통장에는 연민만이 쌓여‘가고, 세상 좋은 이것저것 다 합해도 살아 있음에, 살아내야 함에, 감사함으로, 눈을 감는다. 

힘차게 울리던 ‘다다닥’ 자판 소리가 멈췄다.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다가나 씨’, ‘바라마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눈빛 교환 중이다. 잠시 후, 옆자리의 다가나 씨가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을 얼버무리며 들이댄다. ‘죄송합니다‘ 한마디 없이,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 ’늘 그래왔다, 당연하다‘는 말투다. 좋은 게 좋은 것인가? 의문부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예쁠 수 없는 앵두의 붉은 속삭임에 문을 열어제끼는‘ 나른해지는 하루다. 

“저, 잠깐만 컴퓨터를 사용해도 될까요?”

“아니, 왜? 뭔 일인디? 당황스럽네. 아침부터 말이야?”

“제 컴퓨터가 문제가 있어서 창이 열리지 않네요? 급하게 복사할 것이 있어서요?”

“아니, 왜 그래, 다가니 씨답지 않게?”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

“헐…….“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