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그, 첫사랑 ‘순님’이를 못 잊어, 울던 바보? 아직도 총각인, 그, 그 ‘처니’라고, 정말…….”

“그래, 그 순님이를 내가 다시 만나서 데이트 중이야? 어쩔래, 자식아?”

“뭐라, 이거, 이 자식, 니, 돌았나? ‘처니’, 너 완전 미쳤구나? 제 정신이 아니네, 니?”

“아니다. ‘순님’이 내 차에 있다. 불러 줄까? 니도, 보고 싶지? ‘순님’이 참 예쁘다.” 

“......”

“기다리거라, 민초야, 내가 후딱 차에서 ‘순님’이 데려올 테니, 올 만에 얼굴이라도 봐야지?”

“미친, 미친 놈, 내 갈란다. 다음에 연락해라, 감자탕에 ‘처니’야, 니 좋아하는 막걸리 내가 산다. 수고해라. 니, ‘순님’이, 야그는 그만 해라, ‘순님’이 좋아하고 자빠졌네, 자슥아......”

 “......”

아픈 손가락 ‘처니’를 처음 만난 것은 풋풋한 20대 청년시절이다. ‘녀석’은 항상 매사에 소극적이고 목표도 없이 무책임한 성향이 강했다. 도전적이고 일을 추진하면 물불 안 가리던 나와는 너무나 정반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녀석’과 늘 평행선을 걸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엔 늘 함께였다. 이

처럼 아이러니한 동행도 대학을 졸업하고 일정 기간 ‘처니’와의 연락 두절에도 ‘녀석’의 너털웃음이, 시큰둥한 반응이,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았다. 전화벨이 울린다. 무심결에 통화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전화가 끊어진다. 번호를 확인하니 익숙하다. ‘누굴까?’ 생각을 더듬어 본다. ‘녀석’이다. 잠시 후, 딩동’, 문자가 도착했다. ‘미안하다, 미안해’ 늘 이런 식이다. 

자신이 할 말만 문자로 ‘띵’ 남기고, 상대방의 감정은 무시하는 ‘녀석’이다. 그런데도 나는 ‘녀석’이 싫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직도 첫사랑 ‘순님’이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처니’에게 마음이 간다. 짧지만 강렬했던 ‘처니’와의 만남, 후회가 밀려오고 긴 여운이 남는다. ’아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에 밑줄이 그어진다. 

미친 척, 낡은 룸미러에 흑백으로 남아 ‘녀석’과 함께 하는 ‘순님’이 얼굴을 보고 왔어야 했나?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