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갈등’이다. 생각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쉽게 그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 중의 하나는 고학력 인구의 증가다. 많이 배운 부모가 자식에게 좋은 것만 찾아 가르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사람이 보통 가질 수 있는 마음)이다. 

무엇이든 투자하면 100배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야만 만족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소하게는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려면 부모님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눈치를 봐야 하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추진하려면 위축되기 십상이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짧은 설명에도 바로 이해를 하는 아이가 있다. 반면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대다수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거나 과외를 통해 습득한 지식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후자의 경우는 정말 교과서를 받기 전까지는 무작정 놀다가 책을 펼쳐보니 모르는 것 투성이다. 

교사의 시각에서 바라본 학습 효과는 전자보다 후자가 높게 나타난다. 이미 선행학습이 이루어진 아이들은 대다수가 학원에서 배운 것은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선생님은 그저 복습해주는 정도로 생각하는 수업의 반응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백지의 아이는 교사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는 영리한 녀석들이 많다. ‘말해 뭐 하겠는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아이에게 뒤쳐질까 두려운 부모의 심리가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 

정확하지 않지만, 충북 옥천의 00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시절, 나는 학교현장이 무너지는 것을 녀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르는 첫 감독시간, 시험지를 받아들고 덜덜덜 떠는 녀석을 만났다. 우황청심환까지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를 풀지는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감독자의 입장에서 질문을 할 수도, 무엇을 딱히 도와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어찌 안타까운 마음에 시험을 마친 녀석은 풀이 죽어 있었다. 모든 과목에 ‘100점을 맞지 않으면 전학을 보내겠다’ 는 엄마의 한 마디가 아이의 머리와 가슴을 짖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종종 매스컴에서나 접할 수 있는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잠시 먼 산을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녀석의 담임으로 상담을 핑계 삼아 시험시간에 발생한 일련의 해프닝(?)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 녀석은 싱글벙글 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