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삐뚤삐뚤 연필로 그어진 밑줄에는
수십 마리 지렁이 흔적 가득하고
빼곡히 적어놓은 독서노트 가득
건방진 자만심은 심장을 터트릴 기세다

하나의 씨앗 세상의 최고는 당신 
누군가의 마음에 언제쯤
자작나무 향 가득한
너와 나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을까
-시인 박여범 ‘씨앗을 심자’-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다투어 손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토해내기에 정신이 없다. 나름, 진지하게 다른 친구의 발표를 들으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연필이나 볼펜으로 공감하는 부분에 밑줄이나 형광색 펜으로 선명하게 긋고 메모를 남겨둔 책장을 펼친다.
내가 공감하는 부분을 나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씨앗인 친구의 마음에 뿌리내릴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이 ‘공감’이다. 수많은 자작나무 숲에는 같은 듯 다른 저마다의 ‘너’와 ‘나’의 씨앗이 세상에 고개를 내민다. 그들은 자연이 가져다주는 햇살과 바람과 비 그리고 시간의 기다림의 터널을 지나 생명 탄생의 봄을 기다릴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에 씨앗을 심어야 하는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그 씨앗은 ‘사랑의 씨앗’, ‘미움과 경멸’, ‘질투와 증오의 씨앗’, ‘미래를 향한 꿈의 씨앗’ 등 다양하다. 딱히, 어떤 씨앗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 보여주려고 수고할 필요도 없다. 겉과 속이 다른 삶의 태도가 가장 문제다. 나에게 주어진 삶 자체가 씨앗이다. 그 씨앗을 포장하거나 과장할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소박한 진실은 ‘솔직함’이 씨앗을 심는 출발점이다.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감추지 말고 솔직해지자. ‘유유상종’이라고 했다. ‘긍정의 씨앗’과 ‘부정의 씨앗’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씨앗’을 심어야 할 것인가? 지금 당신은 어떤 씨앗을 손에 쥐고 있는가?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