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화려한 의상 달콤한 커피 한 잔처럼 넘쳐나는 무대 위 시선을 사로잡은 가상현실 무대 여배우

손끝에서 달려오는 미세한 떨림은 숨소리 하나에 시뻘건 두 눈은 객석 의자에 어깨춤 들썩이고

살포시 내디딘 발걸음에 사르르 무너지는 대본에 참았던 들숨 날숨 전쟁 한판 똑딱 걸판지니

연극이 끝난 막걸리 배우 이름 모를 어떤 놈의 휘갈겨 쓴 노래처럼 타다닥 자판 소리만 가득하다.

-시인 박여범 ‘연극이 끝나고’-

관객은 화려한 무대 위의 달콤한 커피 한 잔 같은 여배우의 움직임에 숨을 죽이고 어깨를 들썩인다. 배우는 열정을 다한 연극이 끝나고 난 후, 막걸리 한 잔에 허전함을 달래본다. 그런데도, 귓전에 울려 퍼지는 자판 소리는 연극에 대한 각양각색의 댓글이라는 이름의 평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댓글의 출발점은 상대방에 대한 예절에서 출발한다. 그중에서도 ‘같이 가자’, ‘더불어 나누며 살자’라는 말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현실은 동료의식보다는 개인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전쟁 같은 사회다. 댓글을 통해 보이는 민낯은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때로는 공감하는 동지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나는 절대 그렇지 않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삶으로 자기만족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가?

개인적으로 만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이 해결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하나둘, 집단을 구성하면 상황은 정반대로 달라진다.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어이없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가상세계에서 터져 나오는 개인의 에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다. 감춰진 에너지의 비생산적인 분출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함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조심스럽게 ‘못난 평범함으로 같이 가’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것 중 하나가 ‘인터넷 댓글 문화’가 아닐까? 아무리 ‘실명제를 도입’하고 ‘필터링’을 거쳐도, 마음만 먹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을 감추고 음흉하게 상대에게 ‘악성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인터넷 문화다. ‘아이피 추적을 통한 가해자’를 찾아 법적인 절차를 시작하려 하면, 이미 피해자가 자살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네티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면’을 쓰고 작성한 ‘댓글’이 누군가에 의해 나에게 돌아올 ‘부메랑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쉽게 자신과는 무관한 특정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악성 댓글’이나 ‘욕설’을 ‘배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발 뒤로 물러서 보자. ‘댓글’을 작성하고 싶다면, 먼저 다른 사람의 의사 표현을 읽어보자. 

못난 평범함으로 함께 가야 한다. 선량한 웃음으로 위장하지 말자. 당당하게 나서자. ‘거짓 정보’나 ‘악성 댓글’이 아닌 진정 서로를 ‘배려하는 댓글 문화’를 만들어 가자.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댓글을 작성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자. 어깨를 쭉 펴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노라’라고 하늘 번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지자. ‘나’의 작은 변화가 ‘너’와 ‘또 다른 ’너+너+너+너+&‘를 부끄럽지 않게 하는 출발점이라는 기초적인 질서에 충실하자.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