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미첼(1)

남북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작가가 원래 붙이려 했던 제목은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른다>였다.
“내일 생각하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소설 속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타라 농장에서 불타는 노을을 배경으로 외치는 마지막 대사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맥밀런출판사는 당시 ‘내일’이란 말을 넣은 소설들이 너무 많다며 <바람과…>로 바꾸자고 종용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되었다. 미첼은 1900년 11월 8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태어났다.
애틀랜타는 소설의 주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이름 있는 변호사로 애틀랜타 역사학회의 회장이었다.
미첼은 처음에는 의학을 지망했다. 워싱턴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에 매사추세츠 주의 스미스 칼리지에 다녔으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학교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아버지를 돌보면서 1922년부터 ‘애틀랜타 저널’ 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아버지가 법률가 겸 역사학자였으므로 함께 역사에 흥미를 가졌고, 미첼은 남북전쟁 때의 일화를 들으면서 성장하였다.
또 외할아버지는 남군의 한 장교로 남북전쟁에 참가한 일이 있었다. 미첼이 어떤 문화적 풍토에서 자라났으며 어떤 체질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작품을 두고도 강렬하게 느끼는 뿌리 깊고도 집요한 남부적 전통의식이 그녀의 혈맥 속에 팔팔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외조부에게서 애틀랜타 공방전에 관한 이야기를 익히 들었고 그의 서재에 틀어박혀서 전쟁과 그 시대적 배경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1925년 미첼은 광고대행업자인 존 로버트 마시와 결혼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결혼 한 이듬해 우연히 발목을 삐어서 오래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미첼은 발목 부상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소설을 구상했다.
집안에 있는 기회를 이용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
1936년 발표하기까지는 10년이 걸린 셈이다.
이 작품은 남편 마시가 그녀의 문필을 인정하고 어려서부터 듣던 남북전쟁의 이야기를 작품화해 보라고 격려했다고 전해진다.
어린 시절 미첼은 산수시간이 겁난다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 적이 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이를 마차에 태운 뒤 몰락한 집안과 훌륭한 저택을 차례로 보여주며 배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마가렛, 기억해라. 무너진 저택 속의 저 사람들이 예전에 살았던 세상은 평화롭고 안전했다. 물론 지금의 너도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떤 일을 겪게 될 지 모른다. 저 낡은 저택처럼 네 세상도 무너질 수 있단다. 도전에 맞서 싸울 무기가 없으면 그냥 쓰러지는 거다. 그래서 배워야 하는 거란다. 알겠니?”
1925년 결혼한 이후 미첼은 남북전쟁과 전후의 재건 시대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10년이 넘도록 집필하였다.
소설은 자존심이 강한 남부 여인 스칼렛 오하라와 야성의 암상인 레트 버틀러를 중심으로, 인간 애욕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화려한 대형 로맨스이다.
세밀한 시대 묘사와 애욕 문제의 능숙한 처리 등이 호평을 받았다.
책이 나온 그 해에 10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국내외에서 기록적인 독자를 획득하였으며, 1937년에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또 발간 후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 8개 오스카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