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현(南慈賢.1872-1933)은 1920년~1930년대의 전설적인 여성 독립운동가이다. 그는 만주 항일무장운동 진영의 유일한 여성대원으로 꼽힌다. 당시 사분오열된 만주지역 무장단체의 통합, 군자금 조달, 여성들의 계몽을 위한 여성단체 조직 등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남자 못지않은 배짱과 지혜로 무장투쟁과 군자금 조달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남자현은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지경동에서 통정대부를 지낸 남정한의 1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영양남씨(英陽南氏)후손이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일찍 한글과 한문을 깨치고 12살에는 소학, 대학까지 마치는 등 어려서부터 두뇌가 명석했다.
19살이 되던 해 그는 아버지의 제자였던 김영주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김영주는 안동의 전통적 유학자 집안의 아들이었다. 남자현은 시집살이 5년 만인 1896년 진보면 홍구동 전투에서 의병으로 자원한 남편을 잃고 25세의 나이에 과부가 된다. 얼마 뒤 유복자 김성삼을 낳았다.
남자현은 남편이 순국한 후 처음에는 삼대 독자인 아들을 기르면서 시부모 봉양에 정성을 다했다. 그러다가 1919년 3월1일 독립선언문을 각처에 배포하면서 본격적인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망부(亡夫)의 설원(雪寃)을 위해 순국의 길을 따라간 것이다. 3·1 운동을 계기로 남자현은 아들과 함께 만주로 망명한다. 만주에서 김동삼이 참모장으로 있는 서로군정서에 입단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47세였다.
사대부 집안의 며느리이자 의병의 미망인이 그 나이에 무장 항일투쟁을 위해 만주로 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그는 군자금 모집, 독립운동가 옥바라지 등으로 만주 지역 독립운동의 대모로 불렸다.
만주에는 90여개의 한인 독립운동단체가 활동했는데 이들은 출신지와 사상의 차이로 무력 충돌이 잦았다. 남자현은 금식과 혈서로서 단합을 호소했고, 1922년 8월 마침내 남만주 17개 단체가 통합을 이룬다. 편강렬, 양기탁, 손일민 등이 만주 지역 무장 독립운동 단체의 통합을 추진할 때도 참가했다.
1931년 국제연맹에서 중ㆍ일관계 특별조사단을 만주에 파견했을 때, 남자현은 왼손 무명지를 잘라 흰 천에 혈서로 ‘조선독립원’이라고 쓴 뒤 손가락을 동봉해 조사단에 보내어 독립을 호소했다. 2002년 독립기념관에 이 대목을 새긴 남자현지사 어록비가 세워졌다.
그는 만주에서 무장투쟁을 하던 중 두 차례 국내에 잠입했다. 첫번째는 1922년 9월 참의부 중대장으로 남편의 옛 동지인 채찬과 함께 군자금 조달을 위해 국경을 넘었다. 두번째는 1926년 4월에는 사이토 조선총독 암살을 하기 위해 박청산, 이청수 등과 함께 서울을 찾았다. 1933에는 주만 일본대사이며 관동군 사령관인 무토 노부요시의 암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하얼빈에서 일본 경찰에 붙잡힌 뒤 결국 14일간의 단식 끝에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죽은 남편의 피 묻은 옷을 항상 갖고 다녔다. 중국인 노파로 변장해 장춘으로 가다 일본 영사관 헌병에 체포됐을 당시에도 이 옷을 지니고 있었다.
남자현은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 독립운동은 그 정신으로 이루어진다’는 유언을 남겼다. 효부와 열녀, 열사로서의 지조와 도덕ㆍ의용이 만인의 귀감이 되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