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내집처럼’이 글귀는 정읍 제일고등학교 교사의 복도 중앙에 걸려 있는 현판이다. 이는 김구현 교장이 직접 쓴 글이다. 정형을 찾기 어려운 자유분방한 서체다. 서체의 품격은 차치하고라도 김 교장의 너그러운 인품이 배어나는 글이다. 교직원과 학생들을 내 가족처럼 대한다는 게 한눈에 드러난다.
김구현 교장은 전북대학교 문리과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이후 40년 동안 교직 외길을 걸어 왔다. 평생을 전북 교육진흥과 전북의 인재육성을 위해 열과 성을 바친 것이다.
교육 외길을 걸어온 그는 서예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40년 교직생활 틈틈이 붓을 잡은 것이 벌써 35년 세월이다. 정읍제일고등학교의 개교 100주년을 맞아 개교기념 개인 작품전을 열기도 했다. 김 교장은 현재 전라북도 미술대전 서예분과 초대작가이다.
그는 “한 폭의 감동적인 작품을 건지기 위해서는 마음이 담담해지는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수많은 자극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우러지는 순간을 찾아야 하고, 인생도 함께 녹아들어가는 조화로운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화를 하는 이 자세는 제자들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빠른 성과를 기대하며 조급하게 재촉하는 것보다 삶을 대하는 기본기를 차근차근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과도 통한다.
그는 명심보감 속의 이 글을 특히 학생들의 마음에 심어 주고 있다.‘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에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다.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으니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 아는 것이 없다. 만약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에 힘써 일할 바가 없다’이 글은 바로 자신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정읍 제일고등학교에 들어서면 파란 잔디가 드넓은 잔디 운동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몇 동이 들어설 만한 넓은 교정 또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막혔던 가슴이 확 트이는 학교 교정이다. 드넓은 부지에 오밀조밀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사와 교실, 실습실 등이 오래 움직이지 않을 붙박이장처럼 서 있다.
학교의 캣치프레이즈는‘미래를 열어가는 학교’‘학습자의 자아실현을 돕는 학교’이다. 지난 1910년 5월 13일 군산공립실업학교로 개교한 후, 1923년 정읍공립농업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면서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다. 1988년에는 정읍농공고등학교로 교명도 변경했다. 지난 2009년 3월에는 제26대 김구현 교장이 부임했다.
2010년 현재 제97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난 해에는 개교 100주년을 맞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이다. 지금까지 졸업한 1만8천여 명의 졸업생이 사회 각 분야에서 성실히 일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에게는 독일의 마이스터학교(Meisterschule)를 본받아 유망 산업 분야 전문 기술자를 양성하여 취업시킨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다.
지역사회 거점학교로서 양질의 교육서비스와 창의적인 교육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학교가 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세기 정보화 시대,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바른 심성을 갖춘 창의력 있는 우수 기술인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교화는 개나리이다. 영명은 Golden Bel. 개나리꽃의 특성은 살 수 있는 자리를 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산지는 한국이며 꽃말이 희망이다. 개나리는 모래땅이든 습지든 기름진 땅이든 관여하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면 거기에 만족하고 적응하는 무서운 생명력을 간직한다.
한 잎의 개나리는 초라하지만 모두가 모여서 가장 화사한 꽃떨기를 무리로 이룩한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돕고 하려는 듯이 개나리는 자기를 고집하기에 앞서 이웃을 생각하려고 한다. 개나리는 겸손하며 봉사하려는 꽃이다. 개나리꽃이 가진 이런 특성들 때문에 정읍제일고의 교화가 되었다. 학생들이 개나리처럼 꿋꿋한 생명력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학교에는 산업기계과, 조경원예과, 바이오식품산업과, 기계과, 신재생에너지제어과 등 5개 과가 있다. ▲산업기계과는 첨단 농업 기술을 연마하여 농업 경영의 현대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여, 21세기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첨단 기계 농업 경영인을 길러낸다.

( 언론인, 성씨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