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곡을 농민들로부터 사들여 수매한 조곡을 당해연도에 처분해야 하는 농협의 사정을 악용, 외상 거래 또는 담보 거래를 유도하여 농협으로 부터 대금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완산경찰서는 농협을 속여 조곡을 출하받아 매도 한 후 그 대금을 가로채고 매매대금을 담보로 타인 소유 부동산을 제공하여 채무를 전가시키는 방법으로 40억 상당을 편취한 일당 5명을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검거하여 그 중 이 회사 대표인 A(57)씨를 구속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충남 아산에 모 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4월경 피해자 H농협에게“조곡을 먼저 출하해 주면 팔아서 그 대금을 바로 지급하겠다”는 말로 속여 약 90만 kg을 출하받아 매도한 후 약 8억 4천만 원을 편취했다.

또, 지난해 6월경에는 K농협으로부터 20억 5천만 원 상당의 조곡을 출하받아 판매하고 그 대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후, 피해자 J회사로 하여금“담보를 제공하면 사업자금 20억을 융통해 주겠다”는 말로 속여 3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조곡 매매대금의 담보로 제공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채무를 피해자 J회사에 전가시키는 방법으로 편취했다.

전주완산서는 조합원들이 수확한 조곡을 농협에서 대량 수매하여 판매해야 하는 어려움과, 사업자금이 필요하나 이미 담보대출을 많이 받아 은행에서 추가 대출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피의자들의 범죄 수법을 분석, 추가 범행을 밝혀내는 등 끈질긴 수사를 통해 A 회사의 대표를 구속했다.

피의자들은 조곡 판매→자금 관리→담보권 알선→서류 위조 등의 역할을 분담하여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범행을 계획 및 실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병연 전주완산경찰서 수사과장은 “양곡 수매사업의 애로점과, 담보대출 조건이 강화되어 궁박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의 심리를 악용한 사기 수법으로 이체내역, 거래장부, 위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면밀히 분석, 진상을 밝혀낸 사건이다”며, “계약서를 위조할 때 농협 직원도 가담한 점을 볼 때 다른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돼 보강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곡수매사업은 판로가 막힌 농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책으로 대량 수매한 조곡을 신속하게 처분해야 하는 농협의 조급한 사정을 이용해 변제 압박을 받으면 담보를 제공하고 돌려막으면 된다는 속셈으로 편취하는 등 사회신뢰의 근간을 해하는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이며 이 모든 피해는 결국 농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악용당하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송효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