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을 보는 것은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꽃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걸 충족시켜 주는 아니다. 꽃 중에는 소박한 꽃들이 많다. 산야에서 남몰래 피고 지는 풀꽃들이 대개 그렇다. 그 중에는 냉이꽃이 있다. 냉이꽃은 유심히 눈여겨 보아줄 만한 예쁜 것이 없다. 그래도 하늘이 냉이꽃을 내실 때 아무 목적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냉이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면 보통사람들은 시인의 눈을 빌려야 한다.

  밤이면 그 밤마다 잠은 자야 하겠고
  낮이면 세 때 밥은 먹어야 하겠고
  그리고 또한 때로는 시도 읊고 싶구나
 
  지난 봄 진달래와 올 봄에 피는 진달래가
  지난 여름 꾀꼬리와 올 여름에 우는 꾀꼬리가
  그 얼마나 다를까마는 새롭다고 않는가!

  태양이 그대로라면 지구는 어떨 건가
  수소탄 원자탄은 아무리 만든다더라도
  냉이꽃 한 잎에겐들 그 목숨을 뉘 넣을까

향토가 낳은 대시인 가람 이병기의 <냉이꽃>이다. <난초>가 시인의 대표작으로 널리 평가되고 있으나 이 시조 또한 그에 버금갈 만한 명작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해서 지구의 땅과 바다가 방사능에 오염돼 있는 오늘의 이 마당에는 더욱 절실하게 가슴을 치며 다가오고 있다.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 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는
  내 유년에 날아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막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난
  너 여리운 풀은

이근배 시인의 <냉이꽃>이다. 가람의 작품과 비교해 그 세계가 다르지만 역시나 공감대가 큰 수작이다. 시인은 문단에 나온 지 이십여 년 후 중견이 되었을 때 이 작품을 발표했다. 시인은 문단에서 신춘문예 당선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은 축하할 일도 아니고 부러워할 일도 아니다. 이 시는 그만큼 발표 당시 칭찬을 널리 받았던 작품이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