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62)씨에게 1심서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뇌물·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추징금 72억9427만원을 선고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9)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을, 뇌물공여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재단 출연모금과 삼성에서의 뇌물수수 등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안 전 수석이 가지고 있던 업무수첩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의 항소심과 다르게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재판부는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에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등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재단 출연모금과 삼성에서의 뇌물수수 등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 뇌물공여 약속과 차량대금을 제외한 72억 9천여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아울러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과 두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모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단과 마찬가지로 삼성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박 전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삼성이 이에 대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신 회장이 K재단에 70억원을 출연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면세점 특혜를 기대하고 재단 지원을 결정했다"며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측면도 있지만 제3자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서 경영 현안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K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89억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와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를 압박해 지인 회사나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에 일감을 준 혐의 등도 대부분 유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뇌물 취득 규모와 국정 혼란, 국민들이 느낀 실망감에 비춰보면 죄책이 대단히 무겁다"면서 "최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책임을 주변인들에게 전가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가 없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