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아는 바와 같이 이것은 논어(論語)에 나온 것으로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로, 또 다르게 표현하면 슬기로운 사람은 움직이나 어진 이는 수(壽)한다고 되어 았습니다. 한편 이 둘의 대비는 물이나 지성적인 사람은 현실적이고 즉물적이고 유동적인 것에 즐거워 하는 반면에 인자(仁慈)한 사람은 대범하여 전 인류를 영원히 사랑할 뿐만 아니라 모든 걸 포섭하여 자비자애로써 키워 나간다는 뜻까지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동양 사상에서 자연은 삶의 큰 거울이며 자연을 지극히 사랑하는 어쩌면 자연지상주의까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산 오르는 걸 필생의 업(業)으로 하는 산악인들이야말로 산을 우러른 경건함은 산은 종교와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악인들은 흔히 쓰는 산을 정복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산의 신성성을 깨닫지 못한 데서 비롯함이니 모름지기 인간의 오만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더러 국립공원 입구에 걸어놓은 프래카드에는 산을 오르는 길손들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표어를 본 일이 있을 것입니다.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
세상에는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감동의 시구나 명언이 많지만 이렇게 진솔하고 간곡한 표현은 참으로 드물 것입니다.
예로부터 써 오는 표현으론 '아는 만큼 보인다' 또는 '보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며 한편 유홍준 교수의 지견(知見)은 문화재를 보호하고 조상의 얼을 기린다는 의미에서도 두고두고 새길만 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않으리
일찍이 동방의 해 뜨는 나라 대한민국은 세계 속의 한국으로 인류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빛나는 문화유산이 그 첫째가 아닌가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하나가 우리 전통 예술인 '판소리'로 신비스럽게도 가공적이 아닌 자연의 이법(理法)과 너무도 밀접한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목청은 타고 난다고 하지만 청음(淸音)이든 수리성이든 정작 득음을 얻기 위한 훈련은 말소리까지 멀게 하는 폭포를 찾아 자기와의 투쟁을 시작합니다. 산자수려한 계곡의 물소리에 세속의 잡음을 막고자 하는 선비들의 수행 또한 이 자연은 벗이오 때로는 스승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산과 물은 정신의 표상어이기도 하며 물은 현세적 극복을 뜻하고 산은 재생적 공간으로 받아들여질 뿐만 아니라 물은 이 세상 삶을 헤쳐 나가는 비유로도 쓰이고 산은 속세의 삶을 벗어남이자 동시에 재충전의 삶을 펼칠 수 있는 초세적 공간이라 이르기도 합니다.
중국의 어느 시인은 산과 물을 조화를 이렇게 형상화하였습니다.
산은 물이 없으면 수려하지 않고
물은 산이 없으면 맑지 못하다.
역시 동양의 고전(古典)에서 장자(莊子)의 주요 사상은 현상의 차이에 잡치지 않고 그것을 일관하는 유일 절대의 초월적 입장에 서서, 만물의 평등 무차별을 강조, 인간적인 차별이나 조작을 버리고 자연(自然) 본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것을 설득하고 있음도 현대적 의미에서 새롭게 음미해 보면 어떨까요. 한편 도덕경에 있는 상선약수(上善若水)도 이 세상에서 물을 첫째의 으뜸으로 여기어 일컫는 말로 삶의 지혜를 깨치는 비유물도 그 속성이 너무 넓고도 으뜸이란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벌써 오래 전의 일로 널리 알려진 기사입니다만 어느 기자가 연초에 성철 스님을 방문한 자리에서 받아왔다는 화두(話頭)가 너무도 순수하여 옮겨 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진창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