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출애굽기는 여호와 하나님이 모세를 연단시킨 후에 능력을 줘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도록 인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내용 중 간과하기 쉬운 조연(助演)역할의 애굽왕 바로의 강퍅함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볼 수 있다.
 여호와의 절대적인 보호와 능력을 받는 모세가 바로를 찾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내달라며 첫 번째 이적을 행한다. 즉, 지팡이를 던져 뱀이 되게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을 영구히 노예화하고 싶은 바로는 자신의 술객(術客)으로 하여금 자기들의 지팡이도 뱀이 되게 한다. 그러나 모세 쪽 지팡이가 바로 쪽 지팡이를 삼킨다. 그래도 강퍅한 바로는 듣지 않는다. 모세는 두 번째 이적을 행한다. 역시 지팡이로 하수(河水)를 치자, 그 물이 다 피로 변하고 물 속의 고기가 죽고 악취가 진동하지만 바로 쪽 술객들도 그와 같이 행하므로 바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일 주일 후 모세의 세 번째 이적이 이어진다. 개구리 재앙이 그것이다. 온통 개구리 천지를 만드니 그제서야 바로가 모세를 불러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겠노라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것도 그 때 뿐, 개구리 재앙이 그치자 바로가 변심, 또다시 그들을 듣지 않는다. 네 번째 재앙을 자초한다. 땅의 티끌이 이가 돼 사람과 생축을 괴롭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에는 애굽의 술객들 조차 하나님의 권능을 인정할 것을 바로에게 권하나 바로는 더욱 강퍅해질 뿐, 듣지 않는다. 재앙은 다섯번째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애굽 전국이 파리떼로 고통을 당한다. 바로는 굴복하고 다시 모세를 불러 떠날 것을 허락하지만 파리떼의 극성이 조금 누그러지자 다시 완강해져 약속을 저버린다. 재앙은 계속 이어진다. 여섯 번째는 사람과 가축에게 독종(毒腫)이 발생하는 것이었고, 일곱번째는 비와 뇌성을 동반한 우박재앙이었다. 그제서야 다시 바로가 모세에게 “내가 범죄하였노라. 여호와는 의로우시고 나와 나의 백성은 악하도다. 여호와께 구하여 이 뇌성과 우박을 그치게 하라. 내가 너희를 보내리니…”라며 애원한다. 그러나 그것도 그 때 뿐, 우박이 그치니 바로는 다시 완악해진다. 여덟번째로 메뚜기 재앙이 이어지고, 아홉번째로 흑암의 재앙이 이어지자 바로는 또다시 떠나도 좋다고 허락한다. 하지만, 다시 강퍅해진 바로는 열번째 재앙인 자신의 큰 아들을 비롯해 전 애굽의 장자들을 다 죽게하고 나서야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낸다.
 결국 열 번의 재앙을 초래했고, 그 과정에서 네 번의 약속을 번복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그래도 미련이 남아 출애굽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뒤쫓다가 홍해에 수많은 병사들을 수장시켰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에서 바로의 행동이 주는 교훈적 메시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잘못을 깨닫고도 즉시 고치지 못하는 나약하면서도 고집스런, 그래서 결국은 파멸 쪽으로 치닫는 인간의 정형을 바로는 너무나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도박의 폐해를 너무 잘 알면서도 좀처럼 끊지 못하는 사람들, 쇼핑 중독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금연을 수도 없이 맹세했다가도 다시 담배를 집어드는 사람들, 주식으로 쪽박찼으면서도 다시 객장을 찾는 사람들,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잘 알면서도 손찌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폭력 남편들 등등이 바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사람들일수록 바로를 더욱 비난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아무튼 그런 사람들 뿐 아니라, 어쩌면 정도의 차이일 뿐, 인간 모두 현세의 바로인 줄도 모를 일이다. 동양권 공자(孔子)도 논어에서 과오를 거듭하지 않는 제자를 극찬하면서 ‘불이과(不貳過―과오를 두 번 저지르지 않는다의 뜻)’를 강조했을 정도로 잘못 거듭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 아닌가싶다. 
/ 부회장 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