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끝나도 기록은 남는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하 소리전당) 개관10주년 기념 유백영 특별사진전이 4월 15일부터 5월 1일까지 소리문화의전당 1~2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사진작가 유백영 씨(57)는 소리전당의 공연역사를 사진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유 씨가 소리전당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소리전당 개관기념 전국사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그는 여기에서 전당의 예술적 향기를 앵글에 담기 위해 모악당을 배경으로 한 은은한 노을과 세련된 웅장함을 강조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소리전당 전속 사진작가로 일해오면서 주요 공연때마다 자리를 함께 했다.
소리전당이 그동안 선보인 공연전시행사는 6,028건 8,464회에 이르고 4,72만여명이 이를 관람했다.
국제규모의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등의 행사도 여기에서 상당부분을 소화했다.
유 씨가 이중 직접 촬영한 공연수는 1,300여개에 달한다.
마임니스트 마르셀 마르소, 할렘흑인영가단, 보이스에이프만 발레단, 연극배우 박정자, 첼리스트 박한나, 김덕수 사물놀이패, 가수 이은미, 현대무용단 사포 등 배우, 소리꾼, 보컬, 해외아티스트들의 혼을 담은 공연물들이 그의 렌즈를 거치면서 빛의 기록으로 남겨졌다.
개인작가의 공연작품 사진전은 그리 흔하지 않다.
공연 사진촬영은 오랜 경험과 고도의 기술, 예술감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양한 빛과 수시로 바뀌는 조명속에서 공연자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작품을 만든다.
현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제공하는 빛과 소리, 시간이 조화된 입체적인 공연물을 한장의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은 더욱 어렵다.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공연작품을 충분히 이해해야 출연자의 표정과 몸짓이 원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다.
유 씨는 이를 위해 공연일정이 잡히면 미리 작품공부를 하고 리허설 때부터 분위기를 살핀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공연자와 함께 호흡을 한다.
조용한 가운데 절제된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웅장한 음악속에 포효하는 듯한 동작까지 무대를 채우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예리하게 그려내려면 연출가처럼 그들과 한몸이 되어야 한다.
무대위의 사람들에게 빠져들지 못하면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때에는 그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5~6회 공연을 계속해서 지켜보기도 한다.
유 씨의 사진은 작품은 단순한 기록물이 나니라 무대 위의 예술을 다른 매체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창조하는 수단이다.
이때문에 공연전에 어떤 장면을 렌즈에 담아달라고 하는 공연자들의 요청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미 약속을 하면 창조적인 작품을 생산하기 어렵고 결국 살아있는 장면을 잡아내지 못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유 씨는 2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남북공동사진전 출품, 전주세계소리축제 기록 사진집 제작 위원, ‘결빙의 세계’ 사진집 발간, 전주시예술상 사진부문 수상, 제37회 전라북도사진대전 대상 수상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천주교 전주교구 가톨릭사진가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천주교 전주교구청 이전을 기념해 천주교 역사와 전북지역 옛 모습을 담은 ‘사진 영상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김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