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욥기를 읽어보면 거기 인구에 회자된 인물들이 나온다. 주인공 욥과 그의 세 친구들이다. 욥의 세 친구들은 엘리바스, 빌닷, 소발이다. 욥은 동방에서 가장 큰 사람이고 세상에 둘도 없는 의인이라고 소개됐으니까 그의 세 친구도 그에 걸맞게 큰 사람이었을 것이다. 엘리바스도, 빌닷도, 소발도 자기 나라 자기 지역 사회에서는 유명했을 거라는 짐작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랬을 것이고, 경륜으로도 그랬을 것이다. 욥기를 찬찬히 읽어보면 세 친구 중에는 욥의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은 이가 있다. 그러니까 욥과 세 친구는 오늘날 생각하는 것처럼 또래끼리의 평범한 교제를 나누었던 그런 관계가 아니다. 그들은 그 당시 중동 지역의 명망을 대표했던 것이다.
세 친구는 욥이 재앙을 당했다는 소문을 듣고서 상약을 하고 함께 온다. 그것은 물론 위로해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욥이 당한 참척도 참척이지만 정수리에서 발바닥까지 그 몰골이 너무나 처참해 그들은 당도하자마자 겉옷을 찢고 티끌을 머리 위로 날리면서 통곡한다. 그리고 온전히 일주일 동안 금식하면서 욥을 마주 본채로 아무 말도 못한다.
욥기가 거기까지만 기록이 됐다면 오늘날 욥의 세 친구는 칭찬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욥기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기록한 평범한 책으로 평가 절하됐을 것이다. 욥기의 위대함은 그 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욥과 세 친구의 논쟁적인 대화가 그러하다. 그 대화의 내용을 보면 욥은 진실을 말하는 중에 잘못을 말하고 있다. 욥의 세 친구들은 잘못을 말함에 있어 그 정도가 심하다. 세 친구들이 한 말은 오늘날 보통사람들의 보편 적인 생각 그 정도이다. 욥은 자신이 고통을 당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세 친구들은 욥과는 생각이 또 달랐다. 욥에게 숨겨진 불의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욥의 자녀들이 죽을 만한 범죄를 저질렀기에 죽었을 거라는 투의 말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울분이 터진 욥은 하느님에게 책임이 있다는 투로 말한다. 자신을 변호하고 두둔해줄 것을 호소함에도 하느님은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중에 엘리후가 지적한대로 욥이 자신의 의로움을 강조한 나머지 하느님보다 본인이 의롭다고 말한 결과가 돼버렸다. 세 친구들이 위로해주기는 고사하고 계속해서 군박하고 꾸짖는 것에 시달리다가 그만 그리됐던 것이다.
예전에 수마트라 지진으로 동남아에 전대미문의 대참사가 있었다. 쓰나미 때문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 등 인도양 해역에서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때 한국의 개신교 쪽에서 말도 안 되는 발언이 터져 나왔다. 재앙이 닥친 것은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이교 신과 우상을 섬기고 있는 까닭이라면서 하느님이 천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 말을 한 장본인은 바로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이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의 도호구 지진을 두고서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망언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일본인들이 우상숭배를 하고 물질주의에 탐닉해 하느님이 천벌을 내렸다는 투로 말한 것이다. 네티즌의 비난이 거세지자 발언의 본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그 불길이 쉬 꺼지지는 않았다.
종교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입술을 다물어야 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도호구 지진은 자연 현상일 뿐이지 하느님이 특별히 개입해서 그리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의 망언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본의 강진은 절대 천벌이 아니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