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제복 못되면 조상탓』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나 결과가 좋게 나타날 때는 자기가 잘해서 그렇고 잘못될 때는 자기는 잘했는데 남이 잘못해서 그런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핑계를 대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속담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표현한 것으로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 핑계 저 핑계 여러 가지 핑계를 대는 사람을 가리켜 쓰는 말이다.
  어떤 일이나 어떤 자리를 맡아 있는 사람도 일이 소기의 목적대로 안 될 때 자기 실수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을 들어 보기가 힘들다. 물가가 오르는 것이나 집단행동이 발생하거나 경제가 요동치는 것이나 면죄부 개정 입법이나 정책이 잘못 된 것 등을 언론 (특히 신문이나 방송) 보도 탓으로 돌리는 일이 허다하다.
  통치권자를 비롯한  위정자 정치권(특히입법부) 이나 행정가 들은 하나 같이 1백 퍼센트의 능력가로서 털끝만큼의 실수도 없이 모든 일을 잘 처리 했는데 신문이나 방송이 끼어들어서 그만 일을 잡쳤다는 그런 말투다. 그래서 마치 언론만 잠자코 있으면 모든 나라 일이 순풍에 돋단듯이 잘 돌아갈 텐데…… 하는 식이다. 탓? 돌리기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까?
  수많은 각종 조직체에서도 이와 유사한 탓 돌리기는 적지 않다. 구성원 상호간 부하와 상사 사이에서 이런 책임 전가의 예를 비일비재 하게 보게 된다. 공(功)은 내가 독점하고 과(過)는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은 예사요 일 그 자체보다 남의 실수를 비판하는데 더 많은 정력을 쏟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관대하면서도 남의 실수에 대해서는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일을 평가하는 척도가 하나 아닌 2개가 된다. 스스로를 재는 자는 눈금이 엉성하고 남을 재는 자는 눈금이 아주 촘촘하다. 삼권 분립을 자처해오던 국회 행안위가 국민을 무시한채 면책특권으로 후원금 사건으로 기소까지된 6명의 국회의원을 재판을 받지 못하게 하기위해 입법과 관련된 로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여.야 합작으로 기습적으로 날치기 처리 함으로써 온국민의 공분을 사게 함은 물론 18대 국회를 보는 유권자 들의 시각은 내년에 실시되는 19대 총선때 이런 파렴치하고 치욕적인 국회를 어떻게 개혁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이제부터 라도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려보자. 주변 문제의 원인들이 남 아닌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자. 이것은 과감한 자세 전환이다. 아니 혁명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는 핑계를 어려서부터 배워왔다.
 예컨대 소뇌(小腦)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유아인 어린이가 방바닥에 넘어져 콧등을 다쳤다고 하자 이때 어머니는 『이놈의 방바닥』하고는 손으로 방바닥을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아이가 다친 핑계를 딴 데로 돌린다. 외국의 연구 조사에 의하면 자신의 이미지를 보호하고 복잡한 핑계를 대야겠다는 욕망은 대개 6세에서 9세사이에 싹튼다고 한다. 6세 때는 어린이가 친구들의 행동은 비판해도 자신의 나쁜 행동은 비판할 줄 모르는 때라는 것이다.
  자기의 결점이나 실수에 대해 핑계를 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7세가 되면 어린이들은 남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 할가하고 걱정하기 시작하고 9세가 되면 완전한 자아비판 의식이 생겨서 이때부터 자기 핑계 대기 버릇이 어른이 된 후에 심해지는 사람은 병리학적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신에 찬 사람들은 어떤 불운도 자신의 실수 탓으로 돌리며 핑계를 대지 않는다.
  이들은 실패와 성공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고 그릇된 행동에 대한 여하한 비난도 항상 달게 받을 각오가 돼 있는 올바른 사람 들이다. 요컨대 내 탓을 조상 탓이나 남탓으로 돌리려는 약삭빠른 이기주의나 편의주의 (특히정치권)가 사라지고 이를 최소한 으로 줄여 나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허성배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