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관장 곽동석)이 초상화로 명성을 떨쳤던 화가 석지(石芝) 채용신(蔡龍臣, 1850~1941) 선생의 서거 70주년을 맞이해, 2011년 첫 특별전으로 ‘석지 채용신, 붓으로 사람을 만나다’를 개최했다.
오는 27일까지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에는 채용신의 대표작들을 비롯해 지금까지 감상의 기회가 드물었던 개인 소장 작품들과 미공개 작품 9점을 포함한 총 40여점이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됐으며, 5일과 19일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통해 채용신 화가의 정신과 작품세계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실제 첫 번째 주제인 ‘그림을 업으로 삼다’에서는
그가 남긴 어진과 관련 기록들을 통해, 무과 출신의 채용신이 나라의 부름으로 어진 제작에 참여해 고종의 신임과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 내력을 소개한다. 또한 본격적으로 화업을 시작하면서 남긴 기록들에서 직업화가로서의 면모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주제 ‘화폭에 담은 전라도 사람들’에서는
전북지역에 정착해 본격적인 활동을 펼친 시기의 작품들을 공개한다. 채용신은 지역의 항일 우국지사 및 유학자들과 깊은 친분을 나눴고,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많은 초상화를 제작했다. 노년에는 손자 규영(奎榮)과의 합작품을 남기기도 했으며, 특히 초상화 주인공과 관련된 일화들은 채용신의 작품 활동 및 지역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줄 전망이이다.
◇세 번째 주제 ‘다양한 그림을 그리다’에서는
무이구곡도10폭병풍 등 그가 남긴 산수ㆍ화조ㆍ영모ㆍ무신도(巫神圖) 등 다양한 장르의 그림들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채용신이 지닌 화가로서의 다채로운 재능과 역량, 섬세한 필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채용신은 무과 출신의 관료이자 임금의 초상인 어진(御眞) 제작의 주관화사(主管畵師)로 활약했고, 이후에는 집안의 연고지였던 전주 일원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 이 지역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90평생 중 40여년의 세월을 전라도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얼굴에 녹아든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오롯이 붓끝에 담아냈다.
또한 초상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서양화법과 사진술을 받아들여,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해낸 화가다. 지난 1941년 6월4일 만91세의 나이로 전북 정읍 신태인 육리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붓끝에 담아냈으며, 그 이야기들은 지금도 이 지역에 잔잔히 전해지고 있다.
/이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