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먼저와 인사하는 곳, 지리산 사람들이 흥얼거리며 오고가던 오솔길을 우리는 이제 지리산 둘레길이라 부른다.
남원 지리산 둘레길(1코스)봄이 오는 길목에서 풍년농사와 마을민의 화합, 등산인들의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백두대간 노치마을 당산제가 있다.
노치마을은 해발 500m의 고랭지로서 서쪽에는 구룡폭포와 구룡치가 있으며 뒤에는 덕음산이 있고, 지리산의 관문이라 말하는 고리봉과 만복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구룡치를 끼고 있어 노치라고 이름 지었는데 마을에서는 속칭 “갈재”라 부르니 그것은 산줄기의 높은 곶이 갈대로 덮여 갈재라 하고 노치라 쓴 것이다.
백두대간은 우리민족 고유의 지리 인식체계로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로 총길이가 약 1,400km에 이른다.
노치마을은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유일한 마을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이곳 마을 뒷산에 할아버지 당산으로 불리는 노송 4그루가 있고 토석단이 마련돼 있으며 할머니 당산이라 해 느티나무와 바위가 마을 앞에 있어 오래전부터 당산제를 지내왔다.
노치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오래전에 민씨들이 들어와 살았는데 그들 중에 짚신을 만들어 팔았던 가난한 거지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추운 겨울날 민씨가 죽자 마을사람들이 눈 덮인 산을 헤매며 시신을 매장할 곳을 찾던중 신기하게도 시신의 관이 알맞게 들어갈 만큼 눈이 녹아있는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에 장사를 지냈는데 바로 그 자리가 용은 용인데 주인이 없다는 황룡무주(黃龍無主) 명당이라 부른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음력 1월 1일 밤 12시에 당산제를 지내왔으며 그 뒤 후손이 없는 마을 노인 두 분이 세상을 떠나면서 전답을 당산답으로 기증해 그 두 분 노인을 위해 매년 7월 15일에 당산제를 지내다가 그 맥을 잇지 못하고 간간히 당산제를 지내왔었다.
이에 남원문화원은 전통 민속문화 발굴과 보존의 가치를 두고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노치마을의 당산제를 복원하여 마을의 풍요와 백두대간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장으로 2010년부터 노치마을당산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남원문화원과 함께 개최하고 있다.
 매년 음력 1월 30일 남원문화원이 주최하고, 노치마을 당산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당산제는 우물굿을 시작으로 들당산굿, 당산제례, 당산굿, 날당산굿으로 진행 된다.
당산제는 4일(음력 1월 30일) 오전 11시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 노치마을(노치당산)에서 실시된다.
주말 도심을 떠나 봄이 오는 지리산을 만끽하고 싶다면, 서둘러 연인과 가족과 함께 물오르기 시작한 지리산 둘레길을 함께 걸어보자. 토속적인 지리산 사람들의 전통 민속문화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남원=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