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고 또 물어보면 그들은 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하려면 가진 것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진 것이 없으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수가 없고 그래서 불행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의 그 어느 나라보다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나라이다. 개발도상국이라는 딱지가 떨어져 나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보통사람들의 구태의연한 선입견일 뿐이다. 한국은 이제 중진국의 대열에서 벗어나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한국은 세계 열한 번째니 열두 번째니 하는 무역 대국으로 입에 오르내렸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열 번째 안쪽으로 진입하더니 곧바로 여덟 번째로 부상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순이익만을 놓고 비교해보면 일본조차도 따라잡았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경제 발전의 롤 모델로 치켜세우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이 이렇듯 선진국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행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국에는 분명히 많은 돈이 있다. 그런데 한국인 대다수는 불만을 말하고 있다. 돈이 많은 나라에서 국민들 대다수가 자신과 가족의 고민을 말하고 있다. 돈이 있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거의 모두가 믿고 있음에도 돈은 표독스럽게도 그 믿음에 상처를 입히려고 늘 배반의 발톱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돈이 말을 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국민들의 감각에 개개인은 평등하지가 않다. 돈이 많은 나라에서 돈이 없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돈이 골고루 돌지 않고 있음은 더불어 살고 있지 않음을 뜻한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 사회는 결코 아름다운 사회가 아니건만 가진 자들은 그에 대해서 무감각하다. 그들은 한국의 당면한 고민거리인 자살자 속출을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다. 그러니 높은 이혼율이며 낮은 출산율쯤은 아예 자신들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여겨버리는 것이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나는 최근에 돈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몇몇 사람들을 보았다. 수억대의 부자들임에도 부모가 물려준 낡은 집 한 채 때문에 형제가 의를 단절하는 것을 보았고, 수십 수백 억대 재산가들이면서도 구십 노모를 서로 안 모시려고 입에 담지 못할 험한 욕설과 저주를 내쏟는 남매들도 보았다.
소유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게 인생이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더 많은 재산과 더 많은 돈을 탐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목마른 사람이 계속해서 소금물을 들이키는 것과 같다. 그 타는 목마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형편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평화와 행복을 알 턱이 없다.
엊그제가 법정의 1주기였다. 법정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대로 무소유의 삶을 살다 갔다. 그의 무소유 정신은 한 개 난초 화분조차도 짐스러워 할 정도였다. 그의 무소유는 아름다웠다. 그의 무소유는 그를 자유롭게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법정을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정작 실생활에서는 그 같은 행로를 가고 있는 이를 만나보기가 어렵다. 사회 지도층이라는 이들의 나쁜 본 때문이다. 그들은 겉으로 청빈을 칭찬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고 있다. 그들은 드러나지 않은 불행을 행복인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