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정폭력 사건을 자주 접하곤 한다.
예전 야간 근무 중에 순찰을 돌고 복귀했는데 어떤 가족이 지구대에 와서 울고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한 아버지는 횡설수설 하고 있었으며, 그 옆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아직 갓난아기,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모두 울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구타하고 그것도 모자라 중학생인 여자아이, 갓난아기까지 때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 집의 평소일상을 떠올려 보았다. 술만 마시면 아무 이유 없이 가족들을 때리고 소리 지르며 그렇게 분노를 표출했을 아버지, 맞으면서도 자식들을 생각해 신고하지 못하고 심지어 아버지의 경제력으로 생활해야해 구속이라도 될까 노심초사하며 참아야만 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결국은 경찰에 신고한 중학생 딸까지, 하지만 앞으로 국민들은 가정폭력이 더 이상 가정만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범죄의 일환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다.
피해자들은 경찰과 전문가의 초기 개입과 강력한 법 집행으로 안전 확보와 피해 최소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가정폭력 보호 시설 등의 인프라 확충이 이뤄져 피해자 유형별 맞춤 서비스 제공과 자립·자활의 케어로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조기 복귀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을 통해 가정폭력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만큼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산소마스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소마스크는 산소가 부족할 때 필요한 최후의 보루이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가정의 호흡이 멈추기 전에 우리 사회 구조적·인식적 전환이 이뤄지고 거기에 더해 공권력이라는 산소마스크를 비축해 놓는다면 모든 사회의 근간이 되는 우리의 가정도 다시 예전처럼 튼튼해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방극선 전주완산경찰서 남문지구대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