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더운 여름,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이면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술 한 잔 기울이며 하루 일과를 정리하기도 한다. 문제는 기분 좋게 마신 퇴근길 술 한 잔이 항상 아름답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술을 먹었으니 그럴 수도 있지”라며 면죄부를 주는 우리나라 특유의 관대한 음주문화 속에서 일부 주취자의 행패는 경찰력 낭비로 이어지며, 정작 긴급히 도움이 필요한 곳에 경찰력이 투입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구대에서 처리하는 신고 건수의 70~80%는 주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범죄를 예방하고 불법 행위자를 제재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경찰 본연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본연의 경찰 활동보다 술에 취하여 관공서를 찾아가 고함을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 술의 힘을 빌린 막무가내 주취자에게 경찰력을 낭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부작용 또한 심각한 상태다. 술에 취하면 아무 이유 없이 지구대를 찾아와 소란과 난동을 피우는 상습범이 있는가 하면, 경찰차를 술 마시고 부르는 택시 정도로 생각하는 주취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부터 술에 취하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관용보다는 사회 차원에서 엄정히 단속하고 술의 힘을 빌려 행하는 비겁한 행동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거나 사회와 국가만 원망하는 그들을 언제까지 보호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경찰의 강력한 대응과 더불어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의식 전환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의 주취소란으로 인해 지금 이 시각 경찰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다른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주취소란에 대한 경찰의 강력한 대응과 성숙한 시민의식의 조화가 절실하다.

김가희 익산경찰서 중앙지구대 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