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칼 마르크스 같은 부류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신 무신론자라고 불린다.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밖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무신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리처드 번스타인은 그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종교인들은 설득하는데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며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무신론 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들은 일말의 의심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공격 대상은 단지 종교인들만이 아니다. 불가지론자들도 표적의 대상이다. 그런데 그 무신론자들 중에는 지식인도 있어서 그 파급력이 상당하다. 197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스티븐 와인버그가 했다는 말을 옮겨보면 이렇다. “세계는 종교라는 긴 악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과학자들은 종교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인류 문명에 가장 위대한 공헌이 될 것이다.”
신 무신론자들이 종교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활용하는 한 가지 수단은 글쓰기이다. 그들이 쓴 몇몇 책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이 날개가 돋친듯 팔려 나간 것이다. 사례를 들어보자면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과 스티븐 호킹의 책들이 바로 그러하다. 그러면 오늘날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배경에는 종교가 한 몫 했음이 사실이다. 세계 곳곳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한 전쟁이며 테러들이 그 얼마나 많았는가.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극단적인 범죄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종교라면 넌더리를 내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해할 만도 하다.
한 저명한 무신론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종교는 모든 것을 오염시키는 독이다.” 그 무신론자에 따르면 종교적 독은 극단주의적인 견해나 행동만을 지적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신앙생활도 독에 포함된다고 말하고 있다. 무신론자들은 종교의 주요 교리를 폭로하고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교리가 앉았던 자리에 합리성과 이성을 들어 앉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무신론자 샘 해리스는 성서와 코란에 대해 “수많은 백해무익한 이야기”라고 평가 절하하는 말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예의를 갖추어 말할 여유가 없다.”라고 부언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심각하게 궁구한다. 신 무신론자들이 갈수록 발언의 수위를 높이면서 공격적으로 말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종교인들이 그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종교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자기들의 뜻을 신의 뜻이라 우기면서 전쟁과 테러를 감행하는 이들이 득세할수록 기성종교는 계속해서 공격을 당할 것이라고. 자기들의 뜻을 신의 뜻이라고 우기면서 데모와 시위를 벌이는 이들이 득세할수록 기성종교는 계속해서 공격을 당할 것이라고.
무신론자들의 신에 대한 공격이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음은 가슴 아픈 일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도 못 견딜 일이지만 무신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범죄도 못 견딜 일이다. 인류의 역사는 그것을 가르치고 있다. 오늘날 기성 종교인들의 책임이 크다. 무신론자들의 발언 수위를 어느 선까지 참고 견뎌야 할 것인가.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