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가 한명도 당선되지 않은 채 전주의 잔인한 2016년의 봄은 끝나고 있다. 꽃은 피었으나 꽃이 보이지 않는 냉정한 현실분리의 상태에 있다.

도전한 개인이나 당 지도부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민주화의 성지이고 민주당의 아랫목 아니었나? 그런데 그곳에서 유권자들은 정통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전주을은 새누리당 정운천이 당선되었고, 조직이 짱짱하다던 김윤덕의원이 전주갑에서 낙선되었고, 완주무진장에서는 완주군수를 지냈고 돈도 조직도 어마어마하다던 임정엽이 낙선되었다. 

지난 4·13총선을 통해 전북지역 유권자들은 실험들을 했던 것일까? 이 실험이 다음 실행으로 굳어질 수도 있고 원래습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실험도 용기가 있어야 한다. 기존의 투표습관을 버리고 1번이나 3번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유권자에게도 큰 경험이다.

이 실험의 결과는 이제부터 정치 같은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경고이다. 지역정치권에는 공천만 받으면 지팡이도 당선되던 시절이 지나갔다는 경고이고, 중앙정치권에게는 지역정서와는 상관없이 지도부 입맛에 맞는 사람한테 공천을 줘도 당선된다는 오만함에 대한 경고이다.  

지금까지는 당선되고 나서 지역주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중앙정치권에 목을 매야 했다. 

공천이 즉 당선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시절 좋은 한나절 꿈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현역프리미엄도 없어졌고 당에 대한 프리미엄도 사라지고 있으니 이제 정치에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치초년생에게 불리하다던 선거법의 특혜도 아무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 정치역사에서 매번 예상하지 못한 실험과 실행을 통해 유권자혁명을 이뤄냈었다. 노무현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이 그랬다. 그때도 정확히 보여주었지만 이제는 기존의 통계가 완전히 통하는 시절이 아니며, 깜깜한 밤에 고양이가 자신의 눈으로 먹이를 찾듯, 자신의 깨인 눈으로 정치를 보고 뚫고 가야한다는 시그널이다. 

전북은 이제 정치1학년 과정에 들어와 있다. 

통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깨인 눈이 있어야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일이고 위기에 직면해도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들은 그동안 자신의 표를 잃을 것 같은 부담스런 결정에는 늘 빠져있었고 지역에서 기득권에 얽매여 인적쇄신을 하지 못했었다. 

정치인도 이제는 지도자의 눈을 유지해야 한다.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지역 인재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저 표를 쫓는 행위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직면해 있다. 조직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도 직면해 있다. 

놀라운 일이다. 어마어마한 일이다. 정치인은 주민보다 앞서가는 사람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시대적 요구보다 훨씬 뒤를 따라가는 사람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 또 한번의 실험이 뒤를 따를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만 맞으면 당적을 아무렇게나 바꾸는 사람, 동료정치인이나 주민과 상생하는 방향을 모르고 자신만 살고 뛰어나려고 하는 사람도 골라내는 실험을 하려할 것이다. 정치는 발전할 것이고 뒤따르지 못하는 사람은 자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도태되는 것이 발전이다. 도태야 말로 가장 직접적이고 빠른 훈련이다. 

따를 수 있는 사람을 남을 것이고 주민의 삶은 좀 더 행복해 질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의 실험을 기다린다.<사외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서선희 전주시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