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잃음" "손실" "손해" 등의 낱말에 히스테리에 가까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며 살아온 것 같다. 어쩌면 그러한 생각과 행동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그렇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현대문명의 경쟁사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어느 산골의 문학인 내지는 종교인이나 가능할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 잡힌지 오래인 듯 하다.

"득실상반(得失相半)" '이로움과 해로움이 서로 같다'는 고사성어 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런 말이 갑자기 나에게 새롭게 느껴지는 일이 있었기에 독자 여러분들에게 나의 마음을 위로(?)받고자 몇 자 적어보는 중이다. 
 
세상에는 무조건적으로 잃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 나의 변화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연초의 정기 인사이동 때 전주에서 군산으로 그것도 가장 먼 곳이랄 수 있는 새만금산업단지내에 있는 어느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물론 나만이 특별하게 먼 곳으로 발령이 난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갑작스런 발령으로 인해 가장 먼저 변화된 것은 쉽게 말해 잃게 된 것은 '시간'이다. 요즘 제일 잘나가는 '금'으로 비유되는 황금같은 시간이 사십분이나 더 걸린다는 것이다.
거기에 맞추다보니 자연히 일어나는 시간 또한 빨라졌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난 '아침형 인간'이 아닌터라 정신적으로 더욱더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다음으로는 경제적 부담인 자동차 유류비 문제이다
평상시 전주시내로 출.퇴근 때는 월평균 15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주단위로 10만 원 정도는 되는 것 같으니, 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의 히터난방을 감안하더라도 두배 이상은 더 드는 셈이다.

이러한 '잃음'과 '손실'의 반현대적 비경제적 상황에 대한 부화가 수그러들 무렵, 백설같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논밭이 차창너머로 고향집 아랫목의 솜이불처럼 포근하게 보이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뉴스와 경제정보들이 현대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경제상식으로 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
업무외적으로 가끔씩 걸려오는 친구들의 술 약속 전화 또한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니
그 경제적 효과(?)는 가늠하기 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이정도면 "득실상반(得失相半)"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약간은 억지스러운면도 없지 않으나, 구태여 계산기로 두드려 내 스스로의 위안에 흠집을 낼 필요는 없다는 게 솔직한 나의 심정임을 독자 여러분들은 이해하시리라!

요컨대, 전국적으로 구제역이다 조류독감이다 하여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작금의 상황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 일지라도 '잃음'의 한켠에는 반드시 '얻음'의 위로가 있음을 굳게 믿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오늘도 잃음과 얻음은 항상 같이한다는 "득실상반(得失相半)"의 믿음을 나의 조수석에 태우고, 상쾌하다 못해 눈물이 나도록 시린 전주-군산 산업도로의 새벽길을 달린다. 도로교통법상 규정속도 준수는 물론 유류비가 가장 적게 든다는 경제속도에 맞추어 .....
/전북은행 새만금지점 부지점장 김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