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읽다보면 성서에 나오는 나무들의 등급을 매기고 싶은 때가 있다. 가장 훌륭한 나무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레바논 백향목이다. 레바논의 백향목이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이유가 있다. 하느님의 성전 내부가 레바논 백향목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로몬 왕의 궁전도 레바논의 백향목으로 지어졌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가끔 레바논 백향목이 성서 속 최고의 나무라는 생각이 흔들릴 때가 있다. 레바논의 백향목이 글자 그대로 백향목(栢香木)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때부터 갖게 된 정서이다. 백향목은 아주 신비하고도 숭고한 향기를 내뿜는 나무라고 나는 상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나이가 들어 다시 알고 보니 백향목은 영어로는 Cedar 곧 실삼나무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갖고 있는 지식은 하느님의 성전의 지성소에 있는 계약궤가 아카시아 나무 만들어졌고 그리고 온 인류의 생명을 건져낸 노아의 방주는 잣나무로 만들어졌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아카시아나무도 한국 땅의 아카시아와는 다르고 노아의 방주의 나무도 자세히 알고 보면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그저 수지성(樹脂性) 나무라는 정도에서 내 공부의 한계는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의 등급이라는 제목으로 생각을 전개하고 있지만 정답은 명백하다. 나무들에게는 등급도 없고 계급도 없다. 어떤 나무에게는 별 네 개의 대장 계급장을 달아주고 어떤 나무에게는 작대기 하나의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나무가 효용과 가치에 있어서 평등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같은 구분은 인간의 안목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정작 등급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들의 세계에서나 존재한다.

사사기라고도 하는 재판관기를 읽어보면 재미있는 우화가 나온다. 기드온의 막내아들 요담이 지은이인데 성서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내용이다. 기드온의 집안을 배반한 세겜 사람들을 향한 훈계인데 거기 많은 나무들이 나온다. 올리브 나무가 나오고, 무화과나무가 나오고, 포도나무가 나온다. 그들은 나무들의 왕이 되라는 나무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극구 사양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가시나무가 나타나 자신을 왕으로 섬기려면 자기 그늘 아래로 들어오라고 나무들을 위협한다. 그 못된 가시나무가 기드온의 악한 서자인 아비멜렉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아비멜렉은 외삼촌 집안인 세겜사람들을 꼬드겨서 자기의 형제 곧 아버지 기드온의 아들 70명을 죽였던 것이다.

오늘날 아비멜렉 같은 통치자들 때문에 여러 나라의 민중들이 고통하고 있다. 짐바브웨에서는 무자비한 독재자 무가베 때문에 고통하고 있고, 튀니지에서는 전 대통령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가 사우디로 망명했음에도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그리고 몇몇 나라들은 이웃 나라와 불편한 긴장관계를 일촉즉발의 상태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런데 아비멜렉 같은 통치자는 선진국에도 있다. 과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그랬고 현재는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수상이 그렇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수상의 추문은 이제 호가 나버렸다. 전세계의 매스컴이 심심치 않도록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성추문이 한두 번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10대 소녀들을 상대로 그것도 단체로 그랬다니 말이다. 그런 후안무치가 장기집권하고 있으니 이탈리아가 선진국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