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확산이 그치지 않고 있다.
살처분 당한 소와 돼지가 150만 두를 넘어섰다.
최후의 수단으로 사실상 전국적인 백신접종까지 시작됐다.
정부는 잇달아 대책회의를 열고 있지만 차단방역과 살처분, 백신접종 이외의 대책을 내놓지 못한채 구제역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9일 '구제역 방역태세 충청·호남지역 현장대책회의' 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사헌부 지평 현덕승(玄德升)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용한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를 인용하면서 "전라북도와 광주, 경남 등이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여기가 무너지면 그야말로 구제역과 전쟁에서 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맹 장관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대로 임진왜란 그때와 비슷한 상황인 만큼 최선을 다해 충청과 전북의 경계해서 막아내 호남을 지켜줘야 한다" 며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맹장관의 말대로 구제역과의 전쟁에서 패하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전국의 대형 축산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국내 축산업의 몰락할 지도 모른다.
축산업의 침체는 국민들에게 2차 피해를 가져온다.
때문에 호남만큼은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막아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전쟁 과정은 시작부터 방어태세에 문제가 있다.
발생시기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최초 발생이 지난해 11월 28일 안동 지역이라고 밝히고 실제 의심신고일은 이보다 5일이나 이른 23일일 수도 있다는 설도 있다.
돼지 3,000 마리를 사육하는 한 농장에서 9월께부터 호홉기질환 등으로 폐사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 구제역을 의심했지만 방역 당국이 판단을 미뤄 늑장대처를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선제방역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구제역을 방어하지 않은 채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간을 방치한 셈이 된다.
정부의 초기 대응도 강력했는지 의문이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 시설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중앙대 교수가 재임시 구제역 진압과정을 지방언론에 기고해 화제가 되고 있다.
2000년 구제역이 발생당시 대통령이 "기존의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방역을 하고,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은 농민들의 기대 이상으로 파격적으로 행하라"고 했다고 한다. 모든 부처에 대해서도 방역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해 국방부가 새벽에 군병력을 동원해 출입통제, 소독, 살처분 매몰 등 방역 조치에 나서는가 하면 발생농가 반경 500m 이내의 축사와 가축, 건초 등 모든 전염 매개물을 소각하고 가축을 살처분했다고 한다. 결국 경기 용인에서의 6번째 발생으로 확산을 멈추고 2,200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수준에서 막을 내렸다.
무조건적인 살처분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염성이 크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건강이나 식품안전에 미치는 영향, 감염 가축의 치사율을 고려 할때 살처분만이 최상의 대책이 아닐 수도 있다.
일부 사회단체들은 "살처분에 따른 환경오염과 동물 복지 문제를 고려해 구제역 발생 농가의 동물들만 살처분하는 유럽연합·일본 등과 달리, 반경 3㎞ 내의 동물을 싹쓸이하는 우리나라 살처분 정책은 반생명적인 정책이다"고 비난하고 있다.
산생명체를 매몰하는 과정에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직장을 그만두려는 살처분 작업자들도 있다.
이번 구제역과의 전쟁을 끝낸다 해도 구제역은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보다 효과적이고 방역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