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인문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말이 좋아 인문학이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나이도 나이이고, 운동만 하던 체육인이다 보니 책을 붙잡고 앉아 있다는 게 만만치 않다. 슬그머니 집어 치웠으면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중국 전한(前漢)말에 유향(劉向)이 편집한 『설원(設怨)』 건본(建本)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생각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진(晉)나라에 사광(師曠)이라는 악사(樂師)가 있었다. 악사는 궁중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벼슬아치로, 고대 중국에서는 대체로 장님이 맡았다. 사광도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盲人)이었는데, 그가 악기를 연주하면 새가 입에 물고 있던 모이를 떨어뜨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게다가 음악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외교를 비롯해 다양한 방면으로 지혜를 갖춘 인재였기에 진나라 임금이었던 평공(平公, 재위 557~532)은 그를 가까이 두고 스승이자 친구처럼 대했는데, 하루는 평공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 나이 일흔이 넘었으니 이제 배우고 싶어도 나이가 너무 많은 게 걱정이요” 
 
나이 칠십이 되어 눈이 침침해서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애석하다는 거다. 공부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중국 춘주시대에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삼십 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시대이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자 마주 앉아 있던 사광은 아무렇지도 않게 “어찌 촛불을 밝히지 않습니까?”하고 물었다. 
  
촛불을 환히 밝히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은 사광이 “전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라고 맞장구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아무리 늙어도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임금으로서는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아끼는 신하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했다는 생각에 평공은 얼굴을 붉히며 “어찌 남의 신하가 되어 자기 임금을 희롱하는 것이요?”라고 화를 내자, 사광은 조금도 흔들림 없는 자세로 대답했다. 
 
“저처럼 눈이 먼 신하가 어찌 감히 임금을 희롱하겠습니까? 제가 들으니 어려서 배움을 좋아하는 것은 해가 뜰 때 비추는 별과 같고, 어른이 되어서 배움을 좋아하는 것은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나오는 빛과 같으며, 늙어서 배움을 좋아하는 것은 촛불을 밝혔을 때 드러나는 밝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빛이라도 있는 것이 캄캄한 속을 걷는 것 보다야 낫지 않습니까?” 
 
사실 진날 평공만 그런 게 아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나이가 들어서 학문을 배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광의 말대로 어둠 속에서 갑자기 켜진 촛불이 한 줄기 희망이 되는 것처럼 아무리 희미한 빛이라도 캄캄한 어둠보다는 밝은 법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남은 인생길을 안내해주는 고마운 등불이 될 수 있다.  하루 온 종일 책을 읽지 않더라도 매일 조금씩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하면 된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덧 내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며, 새로운 기쁨을 만끽하는 될 것이다. 책을 읽는 그 사실 자체를 즐기는 거다. 이렇듯 공부가 인생의 축이 된다면 죽는 날 까지 헛되지 않는 삶을 영위할 것이다. 너무 늙어서 늦었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