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곽재구는 어청도에는 푸른빛의 어족들이 푸른빛의 잠을 자고, 푸른빛의 꿈을 꾼다고 했다. 군산 선유도에서 어청도로 가다보면 못생기고 전혀 푸르지 않은 섬 직도가 있다.

태초부터 고요함과 갈매기들의 재잘거림이 그의 친구였다. 사람이 기거하는 선유도나 어청도보다 더 깨끗했고, 어족 자원이 풍부해 고기잡이가 활발했다.

하지만 1971년부터는 지축을 흔드는 폭발음과 화약 냄새가 그의 이목을 마비시켰고, 살점을 가리가리 찢어놓았다. 새들은 떠나고 중금속으로 토양과 바다는 오염되었다. 전투기들이 날아와 실탄 폭격훈련을 해대기 때문이다.

40년 넘게 퍼부은 포탄으로 섬은 심하게 훼손되었고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리라.

섬들도 타고난 운명이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고많은 섬들 중에서 왜 하필 직도가 포탄받이로 선정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저 외로워서 그랬으리라고 짐작할 뿐이다.

직도 폭격장은 주로 한국 공군의 훈련에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가 2005년 경기도 화성 매향리의 미공군 폭격장이 폐쇄되자 2006년에는 그것마저 옮겨와 한미 합동훈련장으로 변했다. 그때부터 훨씬 빈번히, 그리고 더 무시무시한 폭탄들이 투하되고 있다.

2006년 나는 동지들 몇과 어선을 타고 직도에 상륙을 시도했다. 수 십 년간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미래에 대한 그 어떤 보장이나 기약도 없이 계속되는 공군 폭격도 견디기 힘든데 미군까지 가세한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허나 고군산군도를 벗어나기도 전에 해경에 포위되어 발걸음을 되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미군이 직도를 사용하려면 뭔가 첨단 시설물을 설치해야 했기에, 사용 허가권은 군산시장이 쥐고 있었다. 그 누구 못지않게 그분도 고심했을 것이다. 결국 군산시는 3천억의 특별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시설물 설치를 허가했다. 고작 3천억에 직도는 몸을 팔았다.

첨단장비는 순조롭게 가설되었고, 지금까지 폭격은 계속되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보상금 3천억의 용처였다. 그 돈에 대해 밤 놔라 대추 놔라 할 입장은 아니었지만 시쳇말로 피 같은 돈을 저런 데다 써야하나 하는 생각에 어이없었다. 그 대부분이 정부에서 당연히 지원해야 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기준에서 본다면 보상은 없었다.

보상금의 대부분은 군산시의 강력한 요구로 새만금방조제에서 장자도까지 이어지는 도로건설에 사용되었는데, 다리 개통을 앞두고 요즘 말이 많다. 군산시에서 섬의 주차공간이 협소하니 차량 통행을 금지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차도 못 다닐 다리를 자청해서 왜 놔달라고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직도에도 한 때는 섬동백이 피고, 풍란향이 그윽했겠지만 이제는 화염이 붉은 등짝을 할퀴며 바다 속에는 불발탄이 수북하다. 봄은 섬에 먼저 찾아온다. 하지만 직도에는 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