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부터 악인은 없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첫 출발을 할 때는 누구나 선량하게 태어난다. 하지만 커가면서 환경의 지배를 받아 욕심이 생겨 악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양심과 욕심이라는 두 줄기의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욕심이란 줄기가 힘이 세면 악인의 길을 걷고, 양심이란 줄기의 힘이 세면 선량한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양심의 줄기를 키워야 할 것인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먼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며 살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하루 한 가지라도 좋은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양심의 줄기가 커질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한이 없다. 하나를 가지면 열을 가지고 싶고, 아홉을 가지고도 하나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으려 드는 게 욕심 많은 사람들의 세상이다.
 
 요즘 세상이 말세인가? 돈 때문에 보험에 들어놓고 자기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죽이고, 부모형제도 죽이는 세상이다. 그 보험금을 타서 무얼 하며 살 것인가 묻고 싶다. 사기꾼들은 사람의 욕심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사기를 치고 사회를 어지럽힌다. 아마 한 가닥의 양심이라도 있었더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들이다. 남의 것에 욕심이 생겨 나쁜 짓을 하려 할 때 양심이란 지팡이가 말리면 도둑질이나 나쁜 짓을 안 하고 돌아 설 수도 있다.
 
 사람은 욕심 앞에서는 친구도 가족도 보이지 않는다. 양심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이 된다. 옛날이야긴데 전주 남부시장에서 임실이나 구이 쪽으로 가는 큰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 밑에서 약장사가 목에 쇠줄을 매단 원숭이를 놀리며 약을 팔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넓은 공간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약을 파는 약장사가 흔히 있었다. 그날도 사람이 많이 모여 뒷전에서 구경을 하는데 발밑에 접힌 파란 지폐뭉치가 떨어져 있었다. 언뜻 보아도 많은 돈이었다. 나는 욕심이 생겨 발로 밟고 있었으나 얼른 주워서 주머니에 넣어야겠는데 그게 쉽질 않았다. 한참 망설이는데 어떤 허름한 중년 아줌마가 "내 돈 내 돈……." 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허둥대고 있었다. 아마 소매치기가 돈을 빼냈는데 자기 주머니에 넣지 못하고 땅에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그 돈을 내가 욕심이 생겨 밟고 있었다. 양심이 허락지 않아 망설이는 사이에 돈 주인이 나타나 그 돈을 찾고 있어 얼른 발을 떼며 여기 있다고 알려주었다. 양심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잠깐이나마 욕심이 생겨 남의 돈을 내 것으로 만들려 했던 게 부끄럽고 창피했다. 양심이 없었더라면 그 돈을 집어 들고 주머니에 숨겨 자리를 피했을 것이다. 그래서 양심이라는 게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것 같았다.

이 의 민/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