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모든 사람의 생이 소설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이 소설을 썼습니다." 

  대표적인 여성앵커이자 전문 인터뷰어,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백지연(51)이 열 번째 책을 발표했다. 소설 '물구나무'(북폴리오)다.

  백지연은 1993년 'MBC뉴스, 백지연입니다'를 시작으로 '뜨거운 침묵(2010)', '크리티컬 매스(2011)', '나 너(2014)' 등 지난해까지 모두 9권의 에세이를 통해 행복과 성공에 대해 말해왔다. 그러나 그의 열 번째 책은 소설이다.

 '물구나무'는 전문 인터뷰어인 '백민수'가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27년 만에 여고 시절 단짝 친구 5명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녹여냈다. 같은 선에서 출발했던 친구들의 달라진 현재 삶을 백민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백지연은 본인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인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를 2009~2013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외 저명인사를 인터뷰하며 전문 인터뷰어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백지연이 인터뷰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인공 백민수는 백지연과 같은 백씨이고, 같은 여성이다. 소설 속 결정적 사건은 백지연의 실제 사례다. 하지만 그는 "백민수와 백지연을 동일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독자들이 백민수에게서 백지연을 찾을까 봐 처음에는 1인칭 화자의 직업을 전혀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소설이잖아요. 여기에 백지연은 없습니다. 백민수는 단지 저와 직업만 같을 뿐 이야기의 관찰자이면서 기록자일 뿐이에요."

 제목 '물구나무'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인생의 처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표현이다. 저자는 "절망론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다"며 "'물구나무'라는 제목을 통해 지금 양지에 있다고 해도 언제든 음지로 내려갈 수 있고, 음지에 있다고 해도 양지로 올라올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고교 시절 친구에게 아주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 이 소설의 단초가 됐어요. 그 일 때문에 인생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까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소설 속에서 한 친구는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했지만, 다른 친구는 집안도 어렵고 성적도 좋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27년이 지난 현재는 그렇지 않죠. 이렇듯 당장은 상황이 좋지 않아도 살다 보면 완전히 뒤바뀔 때가 많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백지연은 "이 책에 전혀 다른 삶을 사는 6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대한민국에 사는 20~60대 여성이라면 이 중 한 명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설 속 등장인물이 돼 백민수와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특히 "딸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아빠들에게 이 책이 대화의 매개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324쪽, 1만3000원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jo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