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7일, 전주지방법원 행정부에서 내려진 판결은 단순히 전북특별자치도내 시외버스 운송회사 5곳(<주> 전북고속, <유> 호남고속 등 원고들)과 전북특별자치도지사(피고) 간의 행정소송 결과를 넘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확보라는 문제에 있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바로 ‘도민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숭고한 공익을 유지하기 위해, 누구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물음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명료하다. 법원은 피고가 2024년 4월 16일 원고들에게 내린 비수익 노선에 대한 휴업 불허가 처분과, 2024년 6월 21일 미지급 재정 지원금 청구에 대해 내린 거부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이는 전북 지역 대중교통 시스템이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행정 당국이 공익을 강조하며 운송 사업자의 사익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북 지역 시외버스 운송사들은 장기간에 걸쳐 수익성이 없는 노선(비수익 노선)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매년 상당한 금액의 손실을 입었다. 비수익 노선은 농어촌 및 외곽지역 노선, 교통약자의 일상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이 필수적인 서비스를 유지하는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원고들이 코로나 확산 등으로 인해 사람의 이동이 거의 없던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비수익 노선을 운행하며 입은 총손실액은 약 800억 원을 초과하는 규모로 파악되었다.
이 오랫동안 받은 재정 지원금으로는 이 손실을 다 보전하지 못했고, 결국 4년간 누적된 총손실액은 약 282억여 원에 이르렀다. 전북도로부터 원고들이 받은 재정 지원율은 평균 77.8%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운송원가, 특히 인건비 상승(2013~2022년 최저임금 상승률 88.47%)은 폭발적이었지만, 시외버스 운임 인상률은 같은 기간 19.17%에 그쳐, 수익 노선의 이익마저도 적절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적자가 심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원고들이 직원 급여를 체불하고 임직원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야 하는 수준으로 내몰았으며, 심지어 채무초과(자본잠식) 상태에 이를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원고들은 비수익 노선 운행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폐업 내지 파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내린 휴업 불허가와 재정지원 거부처분에 대해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피고(전북도)는 휴업을 불허하면서도 구체적인 이유나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비록 운송 사업자의 휴업 제한이 공공성 확보를 위한 재량 영역이라 하더라도, 적자가 누적된 사업자에게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했으나, 피고는 이를 소홀히 했다.
둘째, 재정 지원금 거부처분 역시 문제가 있었다. 피고는 명확한 원칙이나 구체적 기준 없이 단순히 전년도 예산이나 피고가 임의로 판단한 비율에 근거하여 재정 지원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보이며, 원고들의 장기간 누적된 적자 규모 등 제반 요소를 합리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더욱이, 시내버스 등 타 운송 사업자들에게는 비수익 노선 손실액의 대부분(평균 101.6%)이 보전되는 것과 달리, 시외버스에 대한 지원은 이보다 현저히 낮아 평등 및 형평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보았다.
법원은 공익 달성을 위해 운송 사업자에게 부적절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호라는 공익만 강조하고 운송 사업의 사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가 재정지원 예산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았는데, 만일 원고들이 최종적으로 파산에 이르게 된다면, 피고가 보호하고자 했던 공익 자체가 달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전북 지역 시외버스 운송사들에게 잠시 숨통을 열어주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법원은 피고에게 "적절한 재량권을 다시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거부 처분들을 취소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의 안정적인 공급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당연한 책무이며, 수익성이 없는 노선을 운행하게 할 경우 적절하고 균형 잡힌 보상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과도하게 버스회사가 빚을 져가면서 무리하게 전북도의 버스 운행 허가에 승복하여 운행한다는 것은 전북도의 무리한 요구이며 이는 타당하지 않다.
버스업체들이 누적된 적자로 인해 파산 가능성이 현실화하여 부득이하게 신청한 휴업 및 재정지원 요구를 더 이상 전북도에서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도민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공익을 위한 길은, 그 공익을 현장에서 실현하는 사업자들이 파산의 위협 없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상과 재정지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전북특별자치도는 공익과 사익 간의 균형을 되찾고, 대중교통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새로운 획기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시외 버스회사가 파산하지 않도록 신속하고 적절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만호 /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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