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잦은 비로 논이 좀처럼 마르지 않으면서 밀 파종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늦파종이 불가피한 지역에서는 파종량과 비료 투입량을 늘리는 등 재배 관리 기술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10월 20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399.2mm로 평년(211mm)보다 188mm나 많았고, 강수일수 역시 33.4일로 예년보다 17일 늘었다. 이로 인해 벼와 논콩 수확이 평년보다 1주일가량 지연되고, 논바닥이 젖은 상태가 지속돼 밀 파종 적기를 놓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밀 적정 파종 시기는 지역별로 △중부 10월 20~30일 △남부 10월 25일~11월 15일 △남부 해안 지역 11월 1~20일이다. 이보다 빠르면 월동 전 어린 이삭이 생겨 동해 피해를 입기 쉽고, 늦으면 생육량이 부족해 습해와 동해 위험이 커진다.
불가피하게 늦게 파종할 경우, 10아르(a)당 종자량을 19~21kg(광산파 기준)으로 적정보다 20~30% 늘려야 한다. 월동 전 생육 기간이 짧아 곁줄기가 덜 나오기 때문에, 파종량을 늘려 줄기 수를 보완해야 안정적인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중부는 11월 중순, 남부는 11월 하순까지 파종을 마쳐야 한다.
비료 또한 인산·칼륨 성분을 각각 기준보다 20~30%가량 더 투입하는 것이 좋다. 인산은 10아르당 9~10kg, 칼륨은 5kg이 적정량으로 꼽힌다. 파종 후에는 배수로를 정비해 습해를 예방하고, 논 끝머리 배수구와 물고랑을 연결해 물이 잘 빠지도록 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밀 안정 생산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사업으로 조성된 국산 밀 생산단지 137곳을 중심으로 중앙-지방 현장 기술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기술지원단은 파종·비료 투입·월동 관리 등 전 과정에 걸쳐 맞춤형 기술 지도와 재배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내년 수확기까지 재해·병해충 예찰과 방제 지원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최근 ‘밀 고품질 안정 생산 재배안내서’ 개정판을 발간해 전국 농촌진흥기관과 생산단지에 배포했다. 개정판에는 국산 밀 품종 특성, 재배 기술, 최신 연구 결과와 통계 자료가 담겨 있으며, 농업과학도서관(lib.rda.go.kr)에서도 열람할 수 있다.
고종민 식량산업기술팀장은 “월동 전 맥류 파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기술지원과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상기상 대응과 핵심 재배기술 준수를 철저히 점검해 국산 밀의 안정 생산과 품질 향상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오상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