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靑洋)의 을미년 1월도 중순이 지나가고 있다. 을미년 새해에는 소외된 사람, 가난한 사람,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개천에서 용 나는’ 기회 균등의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즉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상업고등학교만 나와서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되었던 것처럼 기회 균등 사회를 소망해 본다.

 아무리 개천에서 태어나도 용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기회의 공정은 정의로운 사회의 최소 필요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균등은 좌우 이념을 떠나 누구나 동의하는 원칙이다.
서민들이 신분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하던 사법시험이 사라지고, 앞으로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해야 법조인이 될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은 법조인이 되기가 과거에 비해 매우 어려워졌고, 결국 가진 자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서울대 등 일류대학 학생들의 학부모 소득이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가난한 수재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시골의 수재가 명문대학에 입학해 아르바이트로 자기 학비는 물론 동생들 학비까지 조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요즈음은 좋은 학교에 입학하려면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과거에 비해 개천에서 용 나기가 훨씬 어렵게 됐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평등 사회를 원한다. 평등 사회는 결과적 평등사회와 기회 균등 사회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는 결과적 평등 사회가 아니라 기회 균등 사회이다.

 결과적 평등 사회는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자는 것인데, 이것은 근로 의욕을 빼앗아 모두가 가난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파멸한 공산주의가 실례이다. 그렇지만 기회균등 사회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있지만 빈부에 상관 없이 능력만 있으면 돈 벌고 출세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회를 말한다.

 오늘날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 편다는 정책을 너무나 조급한 속도전과 물량공세에 집착한 나머지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는 탈 규제 혜택을 주고 비정규직 근로자와 청년 실업자 등 소외 계층을 더욱 소외시키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로스쿨제도 등 새로 도입 되는 정책과 제도들은 부유층과 그 자녀에게 유리한 것 투성이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나기’가 점점 어렵다. 박근혜 정권은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심화라는 불행한 유산을 남길 공산이 크다는 생각이다.

 돈과 권력, 명예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정서적 거리는 더욱 멀어져 그것이 어떤 분열, 어떤 분노로 표출될지 모른다.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가면 안 될까?

 사람들은 현재의 처지가 어렵더라도 미래에 희망이 있으면 참고 기다린다. 우리 나라 국민은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성취욕이 강하다.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세대, 손자세대라도 이루기를 희망한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면 열심히 일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불신하게 된다. 희망이 없는 사회에서 누가 법과 질서에 순응만 하려고 하겠는가.

 열심히 노력하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신분 상승을 원활하게 하는 사회적인 유동성(socil mobility) 확대가 필수적이다. 분배의 불평등이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마저 희박하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와 선별적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이것은 내일의 경쟁을 준비할 여건으로 작용한다. 청양의 을미년에는 기회 균등 사회와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옥수/지방부 부안주재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