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걷다보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꽃집이다.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낭만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꽃집은 어디에나 있다. 누군가의 삶에 축하하고 위로할 일이 있을 때 꽃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꽃’은 인간이 나고 자라 성장하는 모든 통과의례에 함께 한다. 출생, 결혼, 장례 의식에 ‘꽃’은 꼭 필요한 소품이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꽃에 대한 소비는 더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인간은 꽃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과 가까운 꽃에는 어떤 비밀이 있기에 인간과 이런 깊은 관계를 맺어왔을까?
우리는 신에게 경배를 드릴 때 역시 꽃을 봉헌한다. 그것은 아마도 꽃(식물)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행동이 아닐까 추측된다. 꽃은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면 그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거나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꽃을 바친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의미를 갖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이 세상 누구도 꽃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개개인의 성격과 좋아하는 꽃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뿐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매 한가지다. 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해준다.
독일시인 괴테는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피며, 사람 가슴에는 사랑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사랑은 생명의 꽃이다. 인간의 가치는 얼마나 사랑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주위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이다. 어느 누가 감히 다른 사람을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가진 것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일상에서 당신은 행복하냐고 묻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불쑥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꽃은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데 좋은 자연의 선물이다. 값이 많이 나가는 꽃보다도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여 장미꽃 한 송이라도 사가지고 가서 마음의 따뜻한 정을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값싼 꽃이지만 누군가를 위하여 위로할 수 있고 축하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이 또 어디 있으랴.
요즘 산과 들에 가면 구절초, 은사철, 개망초, 톱풀, 감국, 벌개미취 등 야생화가 활짝 피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눈여겨 봐주지 않아도 자기만이 지닐 수 있는 좋은 빛깔과 각양각색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적한 들길에 외롭게 피어 있는 들꽃이지만 어두운 세상을 아름답고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이 각각 다르듯 꽃의 모양도 제 각각이다. 즉 접시를 닮은 접시꽃, 패랭이를 닮은 패랭이꽃, 나팔을 닮은 나팔꽃, 달맞이꽃, 해바라기꽃, 며느리발톱 등이 있는가 하면 백합꽃은 순결, 접시꽃은 열렬한 사랑, 노란 장미는 우정과 아름다움, 흰색 장미는 순종, 기타 저마다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곧 창조주 하나님께서 내리신 고귀한 선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게 한 것이다.
이처럼 모두가 정겹고 애달픈 사연을 가진 이름과 꽃말도 다양하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들은 꽃 하면 향기를 내세운다. 날카롭고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로부터 잔잔한 호수처럼 두고두고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러나 꽃은 한번 피었다가 다시 지는 법 그러다가 봄이 오면 어김없이 다시 피게 된다. 만에 하나 꽃이 피었다가 지지 않고 평생 피어있다면 과연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것도 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 마냥 삶과 죽음이 있기에 인간의 가치와 생명이 숭고한 것이다.

 김 용 완/수필가ㆍ실버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