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엔 무엇이 있을까?’ 나는 때론 죽음과 사후 문제를 생각할 때가 있다. 인류 역사 이래 지구에서 살다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하게 생각했을 질문이다. 사람이 왜 죽는가? 한 번 죽게 되면 다시 못 오는데 죽은 이후 사후는 존재하는가? 만약 존재한다면 그 세계는 어떤 세계이고, 그곳에서는 어떤 규칙을 지키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무척 궁금하다. 답은 둘 중에 하나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일수도 있고, 아니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종교는 이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닐까?
 사실 필자가 늘 주장하는바 이 세상 종교는 죽음 때문에 만들어졌고 생겨났다고 본다. 만약 인간에게 죽음이 없다면 종교는 한낱 무의미하다. 그래도 종교가 필요하다면 그런 종교는 문화의 한 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혼은 사후에도 존재하는가? 육신이 죽은 뒤에도 ‘삶’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한가? 많은 과학자와 연구원들이 수년 동안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부 사람들은 사후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불가능하며, 유일한 방법은 죽은 사람을 되살려 물어 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은 아직까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온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세계의 모든 종교가 대부분 ‘영혼’이라는 것의 실존을 의심치 않는 데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영혼의 실존을 전제로 하여 교리가 발전하였고, 아직도 끈끈하게 명줄을 질기게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전 세계 모든 종교지도자는 영혼에 대한 강론과 설교로 밥을 먹고 살 것이다. 나는 영혼이 있고 없음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냥 중간자적 입장이지만 이슬람권과 힌두교권, 그리고 범 기독교권, 불교권은 사실상 영혼을 인정하고 있다.
 인간이 살아 있을 때는 ‘정신’이라 하고 죽어서는 ‘영혼’이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수천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논란과 시비를 거듭해 왔지만, 아직도 확실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어떤 과학자나 철학자나 종교가는 영혼이 꼭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어떤 학자들은 영혼 따위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이 문제를 팔만대장경에서 부처님께서는 한결같이 생사윤희를 말씀하셨다. 곧, 사람이 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살아서 지은 업(業)에 따라 몸을 바꾸어가며 윤회를 한다는 것이다. 이 윤희는 불교의 핵심이 되는 원리의 하나이다. 불교에서는 과거, 현재, 할 것 없이 모든 기억을 마치 곳간에 물건을 간수해 놓듯 전부 기억해 두고 있다가, 어떤 기회만 되면, 녹음기에서 녹음이 재생되듯 기억이 전부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미래겁이 다하도록 윤회를 하는 동시에 무엇이든 한번 스쳐간 것은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과 뇌과학자들은 아직도 뇌가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내고 기억(특히 장기기억)을 형성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 또 마음이란 것도 한 때 계산주의가 유행했지만 결국 마음을 설명하는데 실패했다. 참선, 명상, 기도 등이 실제로 뇌에 변화를 일으키는 정신의 힘이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지만 불교나 기독교에서처럼 사후 영혼을 강조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잘 알지 못하겠다. 다만 영혼이 보다 고차원적 존재라면, 만인이 활보하는 서울 광화문로에 극적인 방식으로 등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니, 영혼이 3차원의 육신에 갇혀 제 능력을 아직 채 다 펴지 못하는 소위 인간들을 마음껏 응징하는 능력을 갖추었다면, 화려한 불빛 아래 저 프랑스 파리의 샹들리제 거리와 미국 뉴욕의 심장으로 불리는 센트럴파크와 국제 정치의 중심지 유엔본부 건물 앞에 안 나타날 이유가 없다.
 이런 면을 주시하면 결국 죽어봐야 영혼의 가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죽으면 다시 안 오는 인생. 한 번 사라진 나폴레옹이 금세기의 역사를 다시 휘두른 적도 없었고, 암살당한 간디가 세계사에 이미 등장했었다는 보고도 없다. 누구도 갔고, 누구도 간 다음 오지 못하였다. 그가 유명인 이었거나, 무명 잡배였거나 상관은 없다. 단 한 번도 자기동일성을 주장하며 매스컴을 장식한 이는 일찍이 없었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또 흘렀어도 삶을 재탕하는 흔적은 없다. 영혼이 있고 없고는 각자 판단할 따름이다.

 신 영 규/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