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의 비참한 죽음

우리 인간이 살면서 업을 지으면 반드시 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것을 과보(果報)라 한다. 업과 과보의 관계는 식물에 비유해서 설명될 수 있다. 씨앗을 심으면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가 열린다. 열매의 맛과 성질은 전적으로 그 씨앗을 따른다. 마찬가지로 업을 지으면 그것은 성숙하게 되고 언젠가는 반드시 과보를 초래한다. 그리고 과보의 성질은 전적으로 업의 성질에 좌우 된다. 예를 들어 같은 밭에 고추 씨앗과 가지 씨앗을 심은 뒤 동일한 조건 아래에서 고추와 가지를 키우더라도 그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고추 씨앗의 결과는 고추로 나타나게 되고, 가지 씨앗의 결과는 가지로 나타나게 된다. 고추와 가지의 모양과 맛은 그것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미 그 씨앗 속에 들어 있다. 업과 과보의 원리도 이와 같은 것이다.
업이 일단 결정되고 나면 그 과보는 피할 수가 없다. 그것은 절대로 그냥 소멸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업을 지은 사람에게 그 결과가 나타나고야 만다. 여기에는 어떠한 예외도 있을 수 없다. 불교 법구경(法句經)에서는 이것을 “하늘에도 바다에도 산중 동굴에도 사람이 악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최근 전남 순천의 한 야산의 매실밭 풀숲에서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는 유씨가 생존 시 지었던 과보(果報)의 귀결이다. 그가 받아야 할 자세한 죄목은 잘 모른다. 다만 그는 횡령, 배임, 탈세, 외환관리법위반 혐의를 받았다. 또한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증개축 공사 지시 혐의와 그것으로 발생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다.
그런데 유병언씨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된 배경이 궁금하다. 그를 돕던 사람 없이 유씨는 깊은 산속 풀숲에서 비참하게 객사했다. 하지만 세간에는 유 씨의 죽음을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병언 100% 확실이라는 발표에도 불고하고 사인을 밝히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숱한 의혹이 일고 있다. 그가 왜, 죽었는지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아니, 사인을 밝힐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시신이 너무 부패한데다 구더기까지 들끓었다고 하니 참 기막힌 일이다.
많은 국민들이 유병언씨의 죽음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그의 죽음 현장에 무성했던 풀이 완전히 베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현장 보전을 하지 않고 풀을 베어버렸다는 게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변사자를 발견하면 현장 보전을 해야 하는데도 풀을 베어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저의가 궁금하다.
유병언은 생존 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에서 사진 전시회를 열고 몸에 좋은 온갖 유기농만 섭취하고, 자식들에게까지도 미국에, 프랑스에 초호화 주택과 자동차를 보유하게 하였다. 그는 구원파 교주라기보다는 맨주먹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대단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죽어서는 인적 없는 산 숲에서 18일 간 벌레에 먹히고 썩어났다. 수천억원 재산가의 몰골도, 구원 교주의 이미지도 없다. 들짐승의 구슬픈 울음소리에 스산한 바람만 스쳤을 외딴 수풀 속에 비참하게 누워있었다.
한 TV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살아 있을 때 자신이 죽으면 “입은 옷 그대로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비참한 말로를 스스로 예감한 말 같기도 하다. 인터넷상에서 공개되는 그의 시신의 모습이, 살아서 온갖 호사를 누린 것과는 너무나도 대비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참혹’ 그 자체였다.
유병언의 마지막 길은 너무나 황폐해 보였다. 신도가 10만 명이라 했지만, 피붙이 하나 없는 노숙자의 죽음은 처참한 몰골이었다. ‘황제 도피’란 소문과는 너무나 다르다. 객사(客死)만으로도 흉이라는데 이런 객사가 없다. 천리 도주 끝에서 병약한 노인의 반성과 회한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유병언은 갔다. 재산 환수 문제, 검은 커넥션 문제 등 숱한 숙제를 남겨두고 갔다. 참으로 비참한 모습으로 이 세상의 삶을 끝냈다. 그것은 과욕이 빚은 재앙이었고, 자신이 지은 업보였다. 땅을 너무 많이 사들였다. 구원파 왕국을 건설하려 했다. 종교와 상업을 결합시켜 세력을 부풀린 종교집단 치고 무사히 넘어간 경우는 없었다. 그는 죽어서 어디로 갔을까? 그의 이승에서의 행적은 하나님이 심판할 것이다.

신 영 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