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서학동은 완산칠봉, 학산, 남고산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비단베폭처럼 아름다운 전주천이 감싸주어 경치 좋고 공기가 좋아 살맛나는 도시속의 산동네이다. 아침이면 뻐꾹새의 해맑은 노래 소리도 즐겁게 들리고, 날개 치며 까투리를 유혹하는 장끼의 구애의 노래도 들린다.
 산새의 노랫소리 듣고 싶어 집에서 가까운 남고산성에 올랐다. 오솔길을 따라 솔향기 머금으며 산등성이에 오르니 목청을 가다듬어 부르는 까치의 노랫소리와 구구구 산비둘기의 환영사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송림사이로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상념에 잠겼다. 나 어릴 적 성동집에서 살던 때의 일이다. 해묵은 소나무숲 사이에서 금빛 같은 꾀꼬리가 쌍쌍이 날며 꾀꼴꾀꼴 사랑노래 부르고 쇠코다리 논에서는 뜸북새 뜸북뜸북 노래 즐길 때, 누렁 황소 끌고 풀밭에 가서 옥수수 하모니카 불며 소 뜯기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꾀꼬리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다. 뜸북새도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천경대에 올랐다. 천가지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기에 천경대라 했다던가? 서학동, 삼천동, 효자동, 신도심지역과 완산칠봉 일대의 전경이 예쁘게 전개되어 있어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산천초목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모두가 각양각색이다. 밤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아카시아, 산벚나무, 소나무, 찔레나무 등 모두가 잎과 크기 모양이 다르다. 인간의 모습이나 얼굴이 각자 다르듯이 식물들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더불어 살아간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같은 점이 있다. 푸르른 잎의 색깔이다. 사람들도 심신이 모두 다르지만 오직 양심만은 같을 수 없을까!
 산성을 타고 산새의 노래 즐기며 삼경사를 거쳐 만경대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반가이 맞이했다. 이름 모를 새들이 춤추며 환영가를 불렀다. 만경대는 만가지 경치가 눈에 들어오는 곳이라 만경대라 했단다. 전동, 교동, 풍남동 일대와 한옥마을, 구도심, 전주천의 물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남고사로 내려와 억경대에 오르자니 진땀이 나고 무척 힘이 들었다. 보수한 산성을 걷자니 햇볕은 뜨겁고 숨이 찬데다 다리가 아파 걷기가 힘겨웠다.
 까치 한 쌍이 날아와 까악까악 짖으며 반겨주니 고맙고 새 힘이 솟는 것 같았다. 남고산성 한 바퀴 도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는데 팔순에 가까우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한심한 생각이 든다.
 억경대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심신에 활력소를 흠뻑 안겨주었다. 미래를 여는 천년전주가 한 폭의 그림처럼 예쁘게 돋보였다. 억경대는 억가지 경치를 우리 눈에 다 넣을 수 있는 곳이란다. 전주시내 일대와 멀리 팔복동, 노송동, 동고산성, 군경묘지 등 전주의 곳곳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대의 전망대라 생각되었다. 효자동과 평화동의 일부 외에는 시내 전역이 다 보였다.
 약수터 위에는 시에서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운동기구가 많다. 갖가지 운동기구로 몸을 푸는 것도 산행의 피로를 덜게 해준다. 산행을 하고 기구운동을 하면 굳어지기 쉬운 몸의 근육과 관절에 활력을 주고 심신을 거뜬하게 해준다. 기구운동을 한참 즐기고 잠시 쉬다가 약수터로 내려왔다. 좁은목 약수터에서 철철 흐르는 약수를 마시니 간장이 서늘하고 기분이 상쾌하며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좁은목은 남원에서 노루목 고개를 넘어 전주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이곳은 전주의 전략적 요새였다. 통일신라시대에 후백제군이 적군을 방어하던 진지였으며 적진의 동향을 훤히 살필 수 있기 때문에 남동쪽의 성황대와 남서쪽의 억경대가 조망대 역할을 하는 천혜의 군사적 요지였다.
 우리 동네 서학동의 명소라고 할까. 한 번쯤 가볼만한 곳을 살펴보면 남고사, 삼경사, 관성묘, 남고산성, 북장대, 천경대, 만경대, 억경대, 남천교와 청연루, 투구봉 꽃동산, 초록바위, 흑석골 한지공장, 자연생태습지 물억새숲길 등이다.
 서학동의 명소들을 좀 더 잘 가꾸어 많은 시민들과 외지인들이 우리와 함께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학동은 피로를 푸는 짧은 산행을 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완산칠봉 1시간, 학산 3시간, 남고산성 2시간이면 가벼운 산행 즐길 수 있다.
 도시 속의 산촌, 조용하고 공기 맑고, 이웃 간에 정이 넘치는 이곳, 황학이 깃들었던 서학동에서 여생을 즐기고 싶다.

 전 재 식/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