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진도 팽목항에도 비가 내린다. 아니, 비가 아니고 눈물인지 모른다. 한 실종자 가족은 우산이나 비옷도 없이 팽목항 한켠에 주저앉아 사고 현장 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모 신문 지면에서 그 모습을 보니 말없는 비애감이 가슴을 파고든다. 열흘 넘게 눈물로 보낸 실종자 가족들은 지칠 대로 지쳐 이젠 눈물도 말라버린 상태다. 그런데도 아이들 걱정에 가족들의 애간장은 더 타들어만 간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풍랑 예비특보가 발효되고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궂어지면서 진도 팽목항은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과 빗물로 뒤범벅이 됐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사람도 울었다. 이런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팽목항엔 진종일 거센 파도만 일렁였다.
 대한민국이 눈물로, 통곡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떠나보내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애도(哀悼)하는 국민의 눈물이 회한(悔恨)의 강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경기도 안산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 사망자 임시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봄비는 그들이 흘리는 눈물이었다. 새벽부터 부슬비가 흩뿌리는 가운데도 조문객들의 추모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26, 27일 주말과 휴일에만 8만 명 가까이가 찾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분향만으로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분향소 게시판에 쪽지글을 써서 붙이며 비통함을 달래고 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자책에서 ‘부디 하늘나라에 가서는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고 행복하길 바란다.’는 기원까지 절절하다. ‘어른들이 미안하다. 너무나 미안하다.’ ‘아픔 없는 곳에서 못다 한 꿈 다 펼치길 바란다.’ ‘미안하다. 오늘을 기억할 테니 편히 쉬어라.’ 등의 메시지가 노란 띠를 이루며 길게 펼쳐졌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비원(悲願)들이다. 한편으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3일째를 맞았지만 실종자 생환은 고사하고 구조ㆍ수색 작업마저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구조의 시간이 멈춰선 듯해 안타깝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현장으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실종자가족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그들을 돕고 있다.
 국민이 아무리 마음아파 해도 유족의 비통함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우리 가슴에는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죄인의 심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밝혔다. 정 총리가 사고예방과 초동대처, 수습과정의 문제점 등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수색ㆍ구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총리가 덜컥 사의 표명부터 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 총리는 “이번 사고를 보면서 곳곳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비리와 잘못된 관행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적폐들이 시정되어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도 했다.
 사실 대한민국 요소요소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없이 많은 비판이 이어졌고, 그것을 고치겠다고 다짐한 정치 지도자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켜켜이 쌓인 고질적 세월호 침몰로 나타났을 따름이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선박의 안전검사, 화물 선적ㆍ승선 인원 관리감독, 선원 안전교육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그 이유는 너무도 뻔하다. 그것을 관리감독 해야 할 공직자들이 의무를 내팽개치고, 업자와 ‘검은 결탁’을 했으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28일부터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됐다. 서울은 27일부터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고, 전북은 28일 전북도청 공연장에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우리 모두 피해 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그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주자.

 신 영 규/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