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시간의 흐름이 야속하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실종된 세월호 탑승객에 대한 수색ㆍ구조 작업이 지체되는 사이 시간은 계속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1분 1초가 아까운 금쪽같은 시간이다. 실종자 가족들뿐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도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 잠겨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진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내 아들이, 딸이, 동생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온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참사가 22일로 일주일째를 맞고 있다. 22일 낮 12시 현재 구조자는 174명, 사망자는 105명, 실종자는 197명이다. 아직도 꽃다운 학생들을 포함해 백 수십 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푸라기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유족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할 수만 있으면 스스로 물속에 몸을 던져 자식과 남편을 구해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꺼져가는 촛불처럼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고 절망만이 남아 있다. 눈물조차 말라가는 애타는 모정 앞에 온 국민은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고 같이 슬퍼하며 울고 있다.

세상의 수많은 아픔과 상처 가운데 가장 치유가 어렵고 극복하기 힘든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즉, 국가의 유능한 지도자를 잃었을 때, 또 국민의 추앙을 받던 국모가 돌아 가셨을 때 국민 모두는 슬퍼한다. 그리고 부모형제, 배우자가 죽었거나 매우 가까웠던 친구나 친인척이 죽었을 때 우리는 슬퍼한다. 그러나 무엇 보다 가장 슬픈 일은 아마도 자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일 것이다. 이것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 다른 슬픔은 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지는데 자식을 잃은 슬픔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가슴에 묻고 간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를 땅에 묻지만,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라는 옛말도 있지 않는가.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슬픔, 우리는 지금 세월호 침몰로 인한 실종자 가족의 피맺힌 절규를 듣고 있다. 진도 팽목항에서 실시간 전해주는 실종자 수색 뉴스를 보면서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하고 원망과, 저주와 탄식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예견된 인재(人災)임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무법ㆍ배짱운항을 밥 먹듯 한 청해진해운사는 애초부터 안전은 없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선박의 실질적 안전관리는 없었다고 해야 할 정도다. 노후 선박 수입과 시설개조, 안전점검과 운항 허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다. 검ㆍ경은 ‘세월호 해운 비리’를 끝까지 찾아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

여기에 20일 공개된 진도교통관제센터와 세월호의 교신 내용은 우리 귀를 의심케 한다. 절체절명의 31분 동안 허둥대며 교신만 했지 승객 탈출과 구조 등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실질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배는 침몰했고 선장 등 선박직 15명은 전원 탈출한 반면 승객 안내를 맡은 승무원과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은 승객 대다수는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니 가슴을 칠 일이다. 사고 당일 세월호가 멀리 떨어진 제주관제센터와 먼저 교신한 뒤 11분이 지나서야 진도관제센터와 연락이 이뤄졌다니 그동안 두 관제센터는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해양경찰청은 제주관제센터와의 교신 내용만 있지 진도관제센터와의 교신은 없었다고 발뺌해왔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침몰 원인은 물론 선장과 해난 당국의 승객 피난 조치가 왜 제때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내야 한다. 또 실종자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측 재난대응체계가 허술하기 짝이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째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봤지만 기다리던 아들, 딸들의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구조가 더딤은 물론 하루에도 몇 번 ‘널뛰기’처럼 왔다 갔다 하는 정부 발표에 ‘대한민국이 이 정도 나라밖에 안 되었나.’라는 분노가 저절로 치밀어 오른다.

이번 사고는 여객선 ‘세월호’ 선사나 탑승 승무원에게 직접적이고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이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더 이상 이러한 후진국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고 매뉴얼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

신영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